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사의(辭意)를 밝혔다. 법무부는 그 1시간쯤 전 "국가 중요 사정(司正) 기관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조속히 진상을 밝혀 논란을 끝내기 위해 검찰총장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감찰관을 시켜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사상 처음이다. 채 총장은 사퇴 발표문에서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다"고 했다. 그는 "저의 신상에 관한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고 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불행한 일이다. 채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사생활(私生活)에 관한 것으로 그가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최고 사정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아니었다면 공개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검찰총장의 도덕성 논란은 검사들에 대한 효율적 지휘 여부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여부가 걸린 문제다. 검찰총장 같은 최고위 공직자는 사생활이라고 해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보호받을 수 없는 게 직책의 숙명(宿命)이다.
본지가 지난 4월 채 총장 취임 직후 '채 총장이 숨겨둔 자녀가 모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 취재에 나선 것도 소문의 당사자가 현직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채 총장 지인들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 임모씨가 운영하는 업소 주변 인물을 취재한 뒤 이 사건을 보도했다. 임씨의 아이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채 총장이 14년 전 부산지검 동부지청 근무 시절 임씨를 처음 알게 됐고 그 뒤 서울로 전근 와서도 임씨 업소에 빈번하게 출입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됐다. 이 보도 내용은 며칠 뒤 임씨가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를 통해사실로 확인됐다.
임씨는 편지에서 "제 아이의 아버지는 채모씨는 맞으나 검찰총장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면서도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받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학적부에 그(채동욱 총장)의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썼고 식구들에게도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왔다"고 했다. 임씨는 "학적부에 아이 아버지를 채동욱으로 올린 뒤 말이 퍼져 채동욱 검사가 아버지 아니냐고 아이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임씨 주변 사람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 아이 아버지가 채 총장이라는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는 말이다. 현직 검사들의 자녀가 특별히 많이 다니는 학교였으니 더 소문이 쉽게 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채 총장은 이 사건 첫 보도가 나간 지난 6일 이후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편지 내용이 보도된 이후에도 임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의혹이 더욱 커지고 말았다.
채 총장은 지난 4월 취임하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던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비리 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일반 시민들이 참가하는 검찰시민위원회에 맡기는 검찰 개혁에도 나섰다. 채 총장이 취임한 이후 검찰 직원들은 물론 국민도 그가 검찰 개혁을 밀고 나가 임기를 채우고 영예롭게 물러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은 그런 자신의 꿈과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생활 문제에 걸려 중도 퇴진했다. 이번의 불행한 사태는 대한민국에서 공직자, 그중에서도 검찰총장처럼 국민을 상대로 법을 적용하는 기관의 책임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엄중(嚴重)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