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간부 '총장 호위무사' 운운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소명의식 갖고 일하는 검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
검찰 대다수 "부적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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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사회부 기자
김윤상(44·연수원 24기) 대검 감찰1과장은 14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라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이었다.
김 과장은 이 글에서 "검찰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내 본연의 고유 업무에 관해 총장을 보필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후배(채 총장)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황교안 지칭)과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자신을 총장의 호위무사에 비유한 김 과장의 글에 대해 검찰 내 다수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대부분 검사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는데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과 가까운 사이였던 김 과장이 사의표명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보직에 있는 검사가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떠나는 모습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검사는 국가와 국민의 법적(法的)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만큼 직분(職分)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대검찰청에 근무하는 참모들은 공적(公的) 지위에서 검찰총장이 국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총장 개인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채 총장이 지난 6일 본지의 첫 보도 직후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할 때만 해도 조기 사퇴를 고려했는데 김 과장과 같은 대검의 '호위무사'들이 총장에게 "정면 대응하자"고 부추겨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장의 '호위무사'였다는 김 과장에게 검찰 선배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지적은 그래서 뼈아프다. "총장의 호위무사가 아니라 국민의 호위무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검사이거늘 그런 정신으로 검찰 간부를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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