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는 16일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 한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미화 32만7500달러, 현금 4억8000만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수표 1억원을 사용했고, 한 전 총리 측이 한씨에게 2억원을 되돌려줬으며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더 돌려달라고 요구한 점으로 볼 때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10월 한 전 총리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수표를 사용한 것 등은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한씨가 검찰 조사에선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번복해 한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한씨의 검찰 진술 내용이 믿을 만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 재판은 기소된 지 1년 3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졌고, 1심 판결 뒤 1년 11개월 만에 2심 판결이 나왔다. 2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2개월이나 걸렸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또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한 전 총리는 이 사건과 별개로 전 대한통운 사장 곽영욱씨로부터 뇌물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12월 기소됐다. 대법원은 기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3월에야 무죄판결을 내렸다.
지금 국민 대부분은 한 전 총리가 무슨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재판이란 정의(正義)의 실현이다. 유죄는 유죄대로, 무죄는 무죄대로 상식적인 기간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 비리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기업인에 대한 재판 결과가 이렇게 지연될수록 유·무죄를 떠나 정의의 실현과 거리가 멀어진다. 법원은 국민의 이목(耳目)이 집중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유명 기업인 관련 재판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인과(因果)법칙의 엄중함과, 옳은 행위든 그른 행위든 행위에는 피할 수 없는 응보(應報)의 원리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