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김동길
감투를 탐내는 사람은 서양에도 있고 동양에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지배욕, 명예욕이 언제나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감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줄을 서라는 공고가 나붙으면 아마도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대전‧대구‧부산까지 대통령 지망생들이 줄을 설 것입니다. 아마도 경부고속도로 1m 간격으로 한 사람씩 서도 능히 42만 명은 될 것인데, 그 중에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아마 42명도 채 안 될 것입니다.
영국의 평론가 죤 러스킨은 “배의 선장이 되고자 하는 자가 다 그 배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항해 갈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Captain 아무개’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예리한 판단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유자격자가 그 감투를 노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자격자가 그 감투를 노리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예전에 어떤 이발사가 이발을 마치고 이발소를 떠나가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손님을 두고, “저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낙선되면 그 집안이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정치평론가의 논평보다도 적절한 분석이라고들 하였습니다. “네 분수를 알라”는 격언은 매우 소중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