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 오후에 차기전투기사업(FX3차)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록히드 마틴의 F35, 보잉의 F15SE, EADS의 유러파이터 3개 기종이 경합을 벌였다.
사업비 8조3천억을 초과하여 한차례 유찰된 바 있다. 2차 입찰에서 보잉의 F15SE가 예산 내 응찰하여 방사청은 F15SE를 단독 상정하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소위 일부 군사메니아와 군사전문가는 F15선정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그 비난이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F35가 탈락 한 것에 대해서 F15SE를 고물전투기로 감정적으로 폄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난의 번지수를 잘 못 잡아도 한창 잘 못 잡았다. 비난을 하려면 예산을 깍은 국회를 비난해야 한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는 특정업체로부터 배너광고까지 받고 있기에 그 순수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F35도입을 목표로 예산은 10조를 책정했으나 국회 예결위에서 국방비를 삭감하여 복지비로 전용하였다. 그 결과 차기전투기 도입 예산도 10조에서 8조3천억으로 삭감되었다. 게다가 록히드 마틴의 F35는 상업판매가 아니라 FMS판매방식이라서 제조업체가 단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에 FX3차 예산 8조3천억을 초과하여 우선지정대상에서 탈락했다
FMS란 '대외군사판매'를 뜻하는 말로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기를 구입하고자 할 때 미국 정부가 대신 구입하여 넘겨주면 동맹국은 추후에 해당 비용을 지급하는 판매방식이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신 주요 제품은 지식재산권 보호차원에서 기술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며 장비의 분해도 금지돼 있다. FMS는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국가별로 등급을 정해 놓고, 각 그룹별로 기술 이전ㆍ무기도입절차 및 기간ㆍ품질보증비ㆍ행정처리비용 등을 차별화해 놓았으며, 판매 시에 철저하게 미국 의회의 통제를 받는다. 이에 비해서 보잉의 F15SE는 상업판매방식을 택함으로서 단가조정을 할 수 있었다.
공군은 전투기 도입사업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서 전력공백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공군의 입장은 어떤 전투기든 빨리 결정하여 도입되어 전력공백을 메워 주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공군관계자와 대화한 내용을 전한다면 공군은 일단 유럽산 전투기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첫째 부품 수급문제에 상당히 곤란을 겪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과거 유럽산 훈련기 호크기를 운영할 때 부품 부족으로 인해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져서 곤혹을 겪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두 번째는 유사시 미군으로부터 부품공급을 받으면서 작전을 해야 하는데 미 공군이 운용하지 않는 전투기를 보유하면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공군은 F35든 F15SE든 빨리 결정해 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이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와 민간군사전문가중엔 1차례 유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F35를 선택할 때까지 또 다시 결정을 미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전임 공군참모총장들도 청와대에 F35전투기를 선택하라는 뜻으로 건의문을 올렸다. 문제는 건의를 올린 시점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이다. 만약 건의문 내용대로라고 한다면 2차 입찰 이전에 건의문을 올렸어야 했다. 그런데 2차 입찰 결과가 F15SE로 되고 나니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한다는 것은 노골적인 특정업체 편들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F15SE로 잠정 결정한 것은 방사청 때문이 아니고 국회의 예산 삭감 때문이다. 따라서 비난을 하려면 국회를 비난해야 한다.
또한 언론도 문제다. FX3차 사업 진행과정에서 각 업체의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와 군사사이트에 대한 로비는 치열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차례 언론사 기자들 상대로 유럽과 미국 등에 미디어투어를 제공했다. 공교롭게도 좌파언론매체는 유러파이터를 지지했고 일부군사사이트와 시민단체는 전폭적으로 F35를 지지했다.
그 누구도 F15SE가 낙찰 받는다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F15SE와 유러파이터는 F35의 들러리 같은 존재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F35가 FMS방식으로 인해 예산 단가를 맞추지 못함에 따라 탈락한 것이다. F35는 앞으로도 추가 구매할 수 있다. 예산만 확보하면 말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자칭 군사전문가는 F15SE와 방사청을 비난하기 전에 예산확보운동부터 전개해 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조갑제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