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30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대통령도 사퇴를 말리고 말리다 '장관의 항명(抗命)'처럼 번지자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두 차례나 진 장관의 사의를 반려했지만 진 장관은 뜻을 거두지 않았다. 장관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휘·통솔을 받는 내각의 일원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적으로 거부했으니 '장관의 항명 사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기초연금 지급 방식 변경을 두고 야당은 사기극(詐欺劇) 운운하며 극렬한 어조(語調)로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분노가 노골화되는 시점이라 진 장관의 사퇴 파동은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과거 정권에서도 정부 정책 변경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을 자신이 떠안고 물러가겠다는 장관이나 고위 책임자들의 사퇴는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물러나는 장관이 청와대, 더 직접적으론 대통령과 정책을 둘러싼 이견(異見)을 이유로 내세우며 사퇴한 케이스는 보기 드물다. 결국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안 지려고 미리 사퇴하는 것인데 희한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 장관은 정부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기로 한 데 대해 "나는 계속 반대했다. (사퇴는) 양심의 문제"라고 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었고 대통령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친박계 출신이자 대선 당시 정책위의장과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지낸 진 장관이 이 사실을 모르고 복지부 장관직을 수락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사 이 정책이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해도 수많은 부처의 이슈 중 하나를 문제 삼아 이렇게 장관직을 던져버린다면 어느 내각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다른 의견이 전혀 없다면 그것이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택에 응해서 내각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견해차를 좁히려 노력하다가 결국 다른 견해가 채택될 경우엔 그것을 자신이 참여한 정부의 최종 정책으로 보고 추진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정부의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 정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정부의 부담이 최소화되는 시기와 방식을 택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국무위원의 도리(道理)이자 상식이다. 진 장관은 최악의 시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물러나면서 이런 상식적 도리조차 저버렸다.
이제 진 장관은 누구를 위해 물러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궁지에 몬 대통령을 위해서일 수도 없고, 혼란에 빠지게 된 국민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없다. 진 장관은 오로지 자신 하나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게 처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