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가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단 방북한 50대 피고인의 김일성 시신 참배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로 선고했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을 들어 논란에 싸여 있다. 재판부는 1993년 3월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이인모를 좇아 1995년 8월 이적(利敵)단체 범민련 유럽본부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 공작원을 만나 방북, 한 달간 북한에 머물며 김일성동상에 헌화하고 또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시신을 참배한 조영삼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하면서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단순 참배행위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시신 참배에 대해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라며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이적단체의 지원 아래 무단 방북한 피고인의 범행 동선을 감안하면 무죄 결론을 위해 논리를 가공한 궤변(詭辯)으로 비친다. 검찰도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조 피고인의 뒤늦은 법정 변명일 뿐이고, 그의 행적이 담긴 당시 노동신문 내용도 과장·왜곡됐다는 조 피고인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상고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번 재판은 앞서 26일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방북, 3개월 이상 북한에 머물면서 김정일 영정 참배 등 이적행위를 한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의 국보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확정한 판례와도 앞뒤가 어긋난다. 헌정 질서에 도전하는 안보형사범 재판을 ‘집행유예 자판기’쯤으로 그릇 이끄는 일부의 궤변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헌법 제103조 ‘헌법과 법률, 양심’의 이름으로 반드시 바로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