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단체협약서를 공개한 179곳 중 33개 공기업이 직원 가족 우선 채용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곳은 직원이 업무상 재해(災害)가 아니라 업무와 무관(無關)한 질병과 사고로 사망 또는 정년퇴직한 경우에도 그 가족을 우선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3곳 중 한 곳꼴로 단체협약에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정규직 신규 채용 시 면접 대상자의 25%를 정년 퇴직자나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에게 할당하고 있다.
근로 계층의 일자리 대물림은 우리 사회에서 특권 계급으로 떠오른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들이 자기 계급을 자식들에게 세습시키겠다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공기업·대기업 노조들은 지금까지 파업·태업 등을 위협 수단 삼아 별의별 수당을 만들고,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의 2배 가까운 보수를 받으며 이 특권을 상속하기 시작했다.
재산과 자본의 상속을 허용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도 근로자가 제 직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찾을 수 없다. 몇 백만명의 특권 계급이 특권을 대물림하는 사회에선 특권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희망이 사라진 나라에서 절망 속에 분노와 적개심(敵愾心)을 키워갈 수밖에 없다.
울산지법은 지난 5월 직원 자녀 특별 채용하는 현대차 단체협약을 무효라고 판결하며 "일자리 세습은 수많은 구직 희망자들을 좌절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대물림을 요구한 노조, 노조의 대물림 요구에 끌려간 공기업·대기업 경영자들은 눈앞의 이익에 파묻혀 우리 사회를 '특권 계급'과 '특권 없는 계급'으로 나누는 분열 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