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석 칼럼] '친노' 운명 움켜 쥔 [이지원], 수사결과 따라 '生死' 엇갈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1월,
청와대는 새로운 문서관리시스템을 선보인다.
새 시스템의 이름은 <이지원>(e-知園),
[전자 지식 정원] 또는 [디지털 지식 정원]의 줄임말이다.
참여정부는
<이지원>에 대해
[최초 고안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등 5명의 명의로
특허를 신청했다.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 시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라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복구해 낸 <봉하 이지원>은,
위에서 설명한 <청와대 이지원>의 복제본이다.
최근 “이지원에서 문건 삭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김경수 <노무현 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은,
<봉하 이지원>구축에 직접 참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사람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그의 주장은 곧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의 발언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발표 내용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 말고도
100여건에 이르는 문건의 삭제흔적을 발견하고,
이들 문건을 복구하는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발언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봉하 이지원>에서 100여건의 삭제흔적을 발견했다는
검찰發 소식을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김경수 본부장의 발언대로라면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희대의 연극]을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검찰은 [삭제]와 [복구]라는 표현을 써,
찾지 못한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복구 중인 문건들]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본] 삭제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이 새로 복구 중인 삭제 문건 가운데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사전 대화록>을 비롯해
각종 정치 현안 관련 기록, 시민단체의 건의 사항을 기록한 문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일,
잠정 수사 결과를 통해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의 흔적을 발견하고,
<청와대 이지원>에 탑재됐다가 [증발]된
대화록 [초본](청와대 이지원 폐기본)과
[완성본](봉하 이지원 복구본)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새로 찾아낸 두 건의 대화록이 내용상 큰 차이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완성본]보다 오히려 [초본]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더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검찰이 [희대의 연극]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동기나 배경을 생각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있었던 검란(檢亂) 파동에 이어
채동욱 총장의 사퇴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터무니없는 [쇼]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김경수 본부장의 발언을 [허언(虛言)]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그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감추거나 속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은
증명된 셈이다.
여기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조금만 확인해도 드러날 [빈말]을 그토록 자신 있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수 본부장은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 이지원>에서 문건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변했다.
<이지원>으로 보고를 했으면
[직원 개인]이 문서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합니다.
없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지원>에 탑재된 문서가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지원>에 보고된 여러 문서들이 있는데
그걸 기록으로 남길 때는 그냥 그 안에 있는 모든 걸
100% 다 기록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기록법에 보면
절차에 따라서 기록물을 분류하게 되어 있어요.기록으로써의 가치가 없는 것도 업무처리를 하다보면 있기 마련이잖아요.
문서를 작성하다가 만 것이라든지 중복된 문서라든지
이런 것들도 함께 <이지원>안에 들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김경수 본부장은
<이지원>안에서는 기록물의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일부 문건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이관대상에서 빠진 문건들에 대해서는 [쓰레기 기록]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지원> 시스템 안에서 삭제흔적을 발견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는,
이관대상에서 제외된 문건 목록을 지운 내역을 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상에서 삭제가 아니고요.
이관시키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이관대상기록물에서 제외되는 거죠.소위 [쓰레기 기록]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기록으로써의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들만.
미이관 기록이라고 하죠.이관대상 기록물에서 이관시키지 않을 것들은 목록만 빠지는 거죠.
김경수 본부장의 발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지원>에서의 문건 삭제는 불가능하다.
탑재된 문건 중 이관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 기록]은
[대통령기록물] 지정에서 제외되고,
그대로 시스템 안에 남는다.분류를 통해 걸러진 문건들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검찰이 말한 삭제는
실제 문건을 지운 것이 아니라 [쓰레기 문건] 목록을 삭제했다는 의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주장이 이번만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증발]된 사실이 드러난 직후부터,
친노인사들은 앞 다퉈 같은 말을 반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화록 폐기] 여부가 정치쟁점화 됐을 때부터,
"(대화록)삭제는 불가하다.
참여정부의 문서관리 시스템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7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지원에 올라간 모든 기록물이 통째로 이관됐다"고
강조했다.
취재 결과
<이지원>에서의 문건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이지원>에 일단 올린 문건의 삭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인사들의 주장을 100%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지원> 사용자가 문건을 삭제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시스템 관리자]에 의한 문건 삭제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지원>에 탑재된 문건이,
어떤 이유에서든 삭제되거나 초기화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관리자]에게
삭제(또는 초기화)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누군가의 뜻에 따라
특정 문건이 <이지원>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사초 실종 사건]의 초점은
[시스템 관리자]에게 삭제(초기화) 지시를 내린 자가 누구였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김경수 본부장이 보인 태도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는 <봉하 이지원> 구축에 참여했다.
그가 방송에서 한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
누구보다 <이지원>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시스템 관리자]에 의한 특정 문건의 삭제(초기화) 가능성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건 삭제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봉하 이지원>에서 복구한 두 건의 정상회담 대화록 중,
[초본](청와대 이지원 폐기본)이
[최종본](봉하 이지원 복구본)보다
문서의 완성도가 더 높다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의도적인 삭제가 아니라면,
[초본]이 [최종본]보다
문서의 완성도가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청와대 이지원>에서 찾지 못한 [초본](폐기본)이
<봉하 이지원>에만 남아있는 결과도 설명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김경수 본부장의 말대로라면, [초본]은 [쓰레기 기록]이어야만 한다.
이관의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 기록]이
[최종본]보다 문서의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검찰은 현재 삭제된 100여건의 기록을 복구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지원 기록 삭제 미스터리]의 베일이 벗겨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서
친노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인 <이지원>이
그를 따르는 친노그룹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다.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