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가 7일 지난해 4·11 총선에 앞서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을 위해 3월 14∼18일 실시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당원 4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을 두고 민주주의 원리와 상식을 저버린, 위헌·위법 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 경선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거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정당의 자율성이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등 공직선거의 4대 원칙이 당내 경선에서도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대리투표로 인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 판단은 비례대표제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구성하는 한 방식으로서 민주주의 원리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법리를 간과한 일대 차착이다. 재판부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제도의 연혁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례 또한 거스르고 있다. 헌재는 2001년 7월 9일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과 당시의 1인 1표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직접선거의 원칙은 의원 선출뿐만 아니라 정당의 비례적인 의석 확보도 선거권자의 투표에 의하여 직접 결정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확히했었다. 선(先)순위 비례대표 후보자라면 당선권이다. 그런데도 당내 경선의 직접선거 등 명문 절차법이 없어 경우에 따라 대리투표가 허용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은 헌법 법리를 오해하고 입법 형성의 자유 또한 뒤틀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헌·위법이다.
이번 재판은 통진당의 경선부정(不正) 사건과 관련해 1735명이 수사를 받아 그 가운데 20명이 구속 기소되고 490명이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11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6개 법원의 선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첫 무죄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더욱이 지법 측이 “정당 내 경선에 공직선거 4대 원칙이 적용되는지와 그 한계에 관하여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의를 부여했으니, 공직선거법이 제6장의2를 할애해 공정·공명 경선을 지향해온 사실을 더 이상 민망할 수 없게 한다.
검찰은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잘못된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상급심은 ‘그 정당에 그 재판부’라는 빈축까지 사고 있는 이번 재판을 헌법의 이름으로, 곧 상식의 이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