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하여 몇 가지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해 둘 사실들이 있다.
우선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사실은 문제의 <대화록>이 “실제로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검찰은
<대통령 기록관>에 보존되어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관련 기록물 가운데는
문제의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기록관>의 ‘e지원(知園)’ 시스템에서 문제의 <대화록>이
“존재했다가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고
이 “삭제된 <대화록>을 복원(復元)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검찰이 이렇게 복원한 <대화록>은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이 보관하다가 얼마 전 공개했던
“국가정보원 보존본(保存本)”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에 관하여 민주당과 민주당 내의 ‘친노(親盧)’ 계열에서는
세 가지의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① “‘대통령 기록물’ 가운데서 삭제된 <대화록>은 ‘초안(草案)’이고
국가정보원이 보존하다가 얼마 전 공개한 <대화록>이 ‘최종본’”이라면서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안’은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과
②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된 ‘대통령 기록물’에서 문제의 <대화록>이 어째서 삭제되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하여 밝혀져야 하겠지만
검찰이 ‘복원’시켰으니까 이제는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장 및
③ “문제의 <대화록>이 <대통령 기록관>의 ‘대통령 기록물’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국가정보원 본(本)’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당 내 ‘친노’ 계열의 이 같은 주장들은 세 가지 모두 법률적으로 부당한 주장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기록물 보관법>의
모법(母法)인
<공공기록물 보관법>은 제3조2호에서
‘공공기록물’은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도서, 대장, 카드, 도면, 시청각물, 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제16조①항에서는
‘공공기관’에게 “업무의 입안 단계부터 종결 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 관리”하는 것을 의무화(義務化)하고 있다.
<공공기록물 보관법>에 의거하면 “‘초안’은 파기할 수 있다”는
민주당측 주장은 동 법 제16조①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이 조항에 의한다면, 문제의 <대화록>은 ‘최종본’뿐 아니라 ‘초안’까지
당연히 ‘대통령 기록물’이며 이를 파손하는 것은 동 법 제50/51조에 의거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문제에 관하여 민주당의 문재인(文在寅) 의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NLL(북방한계선) 포기'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이 같은 문 의원의 발언 가운데
“<대화록>은 있다”는 대목은,
그의 변호사 자격을 의심하게 만드는,
실정법(實定法)의 명문 조항에 어긋나는 법률적으로 무지(無知)한 발언이며
“‘NLL 포기’는 없었다”는 대목은 그의 국어 해독 능력이 과연 초등학교 학생 정도는 되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발언이다.
<대통령기록물 보관법> 제10조에 의하면,
‘대통령 기록물’의 생산 현황은,
특히 “당해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해”와
“그 전년도”의 경우, “임기 종료되기 전까지” 중앙기록물 관리기관의 장에게 “통보”되어야 하며
같은 법 제11조①항에 의하면 퇴임하는 대통령의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들은 “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되어야 하고
이 같이 이관된 ‘대통령기록물’들은 같은 법 제11조③항에 의거하여
“<대통령기록관>이 관리”하게 되어 있다.
그 동안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측은 일체의 ‘대통령기록물’들을 입력한 ‘e지원 시스템’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람을
퇴임과 더불어 경상남도 김해시 봉화리의 노무현 씨 사저(私邸)로 가져갔다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지연된 이관은
명백하게 <대통령기록물 보관법> 제11조①항이 이관시한(移管時限)을 위반한 불법행위였다는
엄연한 사실이 우선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그 동안의 수사결과에 따른다면
이 같은 문제의 ‘e지원 시스템’에는 <대화록>이 삭제되어 포함되지 않았었다.
<공공기록물 보관법>과 <대통령기록물 보관법>의 명문 조항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이 가지고 있는 <대화록>은 하나의 ‘공공기록물’이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의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에서 삭제한 행위는,
민주당측의 주장대로 그것이 ‘초안’이었을지라도,
<공공기록물 보관법> 제50조에 의거하여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의 대상이 되는 “기록물 무단 파기 행위”가 된다.
검찰에 의하여 ‘복원’되었더라도
그것은 이미 법정기간 안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되지 아니 한 이상
법에 의거한 ‘대통령기록물’일 수 없다.
이 같은 불법행위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마땅히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가 국가정보원 보관본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
이번에 검찰이 ‘복원’한 <대화록>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지만
“<대화록>의 존재가 확인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화록>을 통해 ‘NLL 포기’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문재인(文在寅) 의원의 보도된 최근 발언은
그의 국어해독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문제 발언이다.
그 동안 공개된 ‘국가정보원 본(本)’ 대화록을 읽어 보면
김정일이 3~4회에 걸쳐서 “새로운 해상 군사분계선을 결정하는 것은
실무협의를 통하여 결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남의 NLL과 북이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어서
이곳으로부터 남북의 해군 함정이 모두 철수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노무현 씨는
“나는 위원장님과 인식을 함께 한다”
▪“NLL은 바꿔야 한다”
▪“내가 핵심적으로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위원장님께서 지금 승인해 주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는 사실을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NLL 포기”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는 것인가.
NLL이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것은
2007 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말하고
노무현 씨가 화답(和答)한
‘실무협의’에 해당하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김장수 국방장관(당시)이 단호하게 양보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정치권은 물론 검찰 등 정부쪽에서도 이상의 명백한 법적 근거들을 토대로 하여
문제의 <대화록> 문제를 둘러 싼 논란을 마무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조갑제 닷컴 이동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