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제소한 지 한 달 지났다. 통진당 소송대리인단은 5일 답변서를 통해 “야당 탄압을 위한 심판청구권 남용”이라면서, 헌재(憲裁)에 대해 진행 중인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정부가 함께 신청한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에 대해서도 헌법 제113조 및 헌재법 제23조 명문과는 달리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정부가 통진당의 목적·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혐의를 500쪽 청구서와 1만5000쪽 증거자료로 적시한 데 이어 피청구인 답변서 130쪽이 제출돼 심리가 본격화 단계에 이르렀다.
내란음모 사건 1-2-3심 경과를 보고 심리하라는 요구는 ‘시간끌기’전술로 비친다. 그럴 경우 종국결정 선고까지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헌재 역시 당장은 신속보다 신중에 무게를 실을 것 같다. 김용헌 사무처장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재판부가) 아직까지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헌재는 심판기간 180일을 규정한 헌재법 제38조가 권고 규정이라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에서까지 그렇듯 한가로이 해석할 일은 아니다.‘국가·지방자치단체에 중대 손실이 예상되거나 사회 전체의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건’이라는 적시처리 사건 기준에 비춰서도 이해하기 힘들다. 내년 6·4 지방선거에 통진당의 참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통진당 해산 심판은 법원의 내란음모 재판과 국회의 자격심사안 등과는 별개 차원이다. 수원지법이 내란음모 사건 심리를 가속화하는 한편, 통진당 간부가 북한 225국과 접촉해 이메일을 ‘사이버 드보크’로 동원한 별도 사건도 수사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은 범법에 대한 사후 문책이다. 자격심사 등도 헌법 제64조가 제소 대상에서 제외한 국회의 자율 영역이다.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은 ‘방어(防禦) 민주주의’라는 표현 그대로 자유민주 기본질서 수호를 위한 예방 차원이다. 통진당 대리인단처럼 직접 재판과 연계시킬 성질이 아니다.
이번 사건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을 3월 12일 청구∼5월 14일 기각까지 2개월2일 만에 결론내린 전례처럼 신속해야 한다. 물론 졸속을 경계하되 ‘지연된 정의는 불의(不義)’라는 명제 또한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