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서울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전동차로부터 내리던 80대 할머니가 전동차 문에 끼여 끌려가다가 설치 공사 중이던 스크린도어 기둥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 전동차에는 철도노조 파업 때문에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한국교통대 1학년 학생이 출입문을 여닫는 역할을 맡는 차장으로 타고 있었다. 코레일은 노조가 지난 9일 파업을 시작한 이후 교통대 학생 238명을 비롯해 퇴직 기관사, 군인 등 6000명을 대체 인력으로 쓰고 있다.
지금 전국 열차와 지하철은 고장·연착이 잇따르는 살얼음판 운행을 하고 있다. 14일엔 서울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청량리역에서 제기역까지 가다 서다 반복하며 한 구간을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기관사·승무원·정비사들의 피로가 쌓이면서 집중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철도 화물 수송률은 평상시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하철 1~4호선의 서울 시내 구간을 맡는 서울메트로의 노조도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보상을 주장하면서 18일부터 연대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2015년 개통하는 서울 수서발(發)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로 가는 길이니 막아야겠다는 걸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코레일은 만성적 적자 경영으로 부채가 17조원에 이른다. 다달이 갚아야 할 이자만 360억원이다. 그런데도 코레일 직원은 어지간한 경력이면 연봉이 7000만~8000만원이 된다고 한다. 철도가 이대로 갈 수 없다는 건 노조도 알 것이다. 정부는 민영화는 워낙 반대가 심하니 포기하고 코레일 산하에 자회사를 만들어 내부 경쟁을 붙여보겠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이것도 안 되겠다면서 기어이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은 임금·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이 정부 정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어서 불법(不法)이다. 국민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철도노조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