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8일 당 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검정(檢定) 제도가 국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다면 국정(國定)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황우여 당대표도 전날 방송에 나와 "국가가 공인(公認)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당 지도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20개 고교를 조사한 결과 "시민단체가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학교들이 부담을 느끼고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2002년 그동안 국정으로 발행해 오던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 제도로 바꾼 것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역사를 여러 시각에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 교육 현장에서는 편향된 사관(史觀)을 가진 세력이 폭력적 방식으로 학교에 압력을 행사해 자기들과 다른 시각에서 쓴 교과서를 쓸어내 버린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국정에서 검정 제도로 바꾼 본래의 취지는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학교의 자율적인 교과서 선택권이 외부 압력에 의해 부정되는 현실에서 무슨 다양성 있는 역사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國定化) 논란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해 교학사 교과서를 교실 안에 한 발짝도 못 붙이게 만든 사람들이 자초한 일이다.
전국 2300여 고교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이제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학사 교과서는 각 학교에서 채택의 1단계인 '3배수 추천'서부터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 역사 교사들로 이뤄진 1차 심사 단계에 전교조 입김이 들어가 처음부터 교학사 교과서는 배제되는 일이 허다했다. 다음 단계인 학교 내 운영위 심의나 교장의 최종 결정 대상에는 아예 끼지도 못하는 불공정한 경쟁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대다수 학생은 대한민국 건국 의미를 깎아내리면서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나 북한 주민의 피폐한 삶에 대해선 눈을 감은 교과서를 통해 현대사를 배울 수밖에 없게 됐다.
역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대한민국상(像)을 심어주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어른들이 자기의 편향된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고 경쟁하는 마당으로 변해버렸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국정이든 검정이든 모든 방안을 놓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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