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가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중국 국방 예산이
전년보다 12.2% 늘어난 8082억2000만위안(약 141조1400억원)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은 2010년에만
7.5%의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 1989년 이후 매년 10% 이상 국방 예산을 늘려 왔다. 이런 추세면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32년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군사비 지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맞서 미국 국방부는 4일(현지 시각) 발표한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현재 50% 수준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국 해군 자산을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역시 2년 연속 방위비 예산을 증액했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방위비를 늘린 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2.8% 오른 방위 예산을 짰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미·일(美·日) 대 중국' 간의 각축이 군사비 지출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2012년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 총액은 199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군비 지출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
특히 동북아는 인접 국가 간에 군비 경쟁을 벌이는 거의 유일한 지역으로 꼽혔다. 동북아가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현실은 지역의
평화(平和)를 위협하는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이날 "우리는 군대의 실전 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킬
것"이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역사 문제에서
역행(逆行)하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영유권을 놓고 양측 군함과 항공기가 수시로
대치하는 아슬아슬한 국면을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양측의 작은 실수나 오판(誤判)이 대형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국방 예산은 중국의 5분의 1에 못 미치고,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올해 국방 예산은 3.5% 증액에 그쳤다. 급격히 늘어나는 복지
예산과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기 쉽지 않을뿐더러 중·일과 같은 규모의 국방비를 쓰겠다고 나서는 것이 반드시 현명한 대안도
아니다. 한국은 중·일 각축(角逐)보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의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의 활로는 결국 한·미 동맹과
주변 주요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 변수와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강국들의 각축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국가적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