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장관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안 의원은 “과장됐다”고 하고,
윤 전 장관은 “그냥 농담이었다”고
신율/명지대 교수·정치학
민주당 측과 안철수 신당 측이 신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새정치 증후군’이 야권을 휩쓸고 있다. 국민은 그 허상(虛像)을 보고 있다.
우선, 당명부터 안 의원 측은 ‘새정치미래연합’이라고 하자며 민주당 측을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 측은 ‘민주’라는 글자는 꼭 들어가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모두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자신들의 신당 창당 추진 동력이라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 신당 추진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과연 새 정치인지는 모르겠다.
먼저, ‘새 정치의 상징’ 안 의원 측은 새 정치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만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안식(安式) 새정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라는 부분이다. 안 의원 측은 과거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을 향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으니 이를 지키라고 압박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 의원은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는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느냐”며 포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안 의원 자신은 약속을 잘 지켰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윤여준 전 장관이 안 캠프에 ‘다시’ 합류할 때,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과거보다는 단단해졌다며 자신을 수 차례 찾아와 ‘이번에는 끝까지 간다’는 약속을 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성식 전 의원을 ‘다시’ 영입할 때에도 ‘야권 연대 없이 간다’는 약속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런 약속은 모두 거짓이 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말부터 식(食言)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윤 전 장관이 “이 자(안 의원)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아느냐,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賞)을 줘야 한다”고 했을까.
물론 안 의원 측은 이런 변명을 할 수 있다. 안 의원이 약속한 것은 윤 전 장관이나 김 전 의원 개인에게 한 것일 뿐, 국민에게 한 약속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변명은 옳지 않다. 안 의원이 개인 기업을 할 때 개인들에게 이런 약속을 했다면 그럴 수 있지만, 공당(公黨)을 만들려고 할 때 한 약속은 모두 공적(公的)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 의원은 공적 차원의 거짓말을 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선 안 의원이 남 말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不倫)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새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이런 윤 전 장관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안 의원은 “과장됐다”고 하고, 윤 전 장관은 “그냥 농담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새 정치를 한다는 세력 내에서 정말 기막힌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농담’과 ‘과장’ 사이에서 김 전 의원만 놀아난 격이다.
새 정치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새 정치란 돈 문제에 어느 정도 초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돈이 없어 때로는 머리가 터지고 피가 나더라도 그냥 갈 수 있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결국은 제3 지대에 신당을 만들고, 거기에 민주당이 합당하는 형식으로 창당을 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새 정치도 ‘돈’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이들 세력이 그렇게 ‘새 정치’를 주장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돈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배신감으로 변했다. 이런 모습은 과거 정치권의 합당 과정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마 양측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의 공천을 두고도 정치공학적 접근을 할 것이 뻔해 보인다. 새 정치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야권이 하는 걸 보면 감동도 없고 정치공학만 난무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모습에 이제 우리 모두 지쳤음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들 정치 세력이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새 정치는 행위의 목적이어야지, 정치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