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신당을 추진중인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정강·정책은 창당 후 완성하겠다고 한다. 정강·정책은 정당의 이념과 지향성을 명문화한 ‘창당 이유’ 그 자체라는 점에서, 기초공사를 않고 건물부터 짓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신당은 오는 16일 발기인대회, 23일 창당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정체성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당원을 모으고, 6·4 지방선거에서 지지해 달라는 식이다. 새정치는커녕 정치 기본에 어긋나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당사(史)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신당의 정강·정책분과 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13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것부터 발표하고 이견을 조율해 나가겠다”면서 그런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미합의 부분이 대부분 신당의 정체성을 결정적으로 규정할 경제·복지·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정강·정책이 발표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통합 선언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 민생 중심의 노선,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구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경우 민주당은 강령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등 남북한의 기존 합의를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새정치플랜’에서 여야 합의 가능한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복지 정책도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 완성을 내세우며 ‘무상(無償)복지’ 시리즈를 주도해 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중(中)부담 중복지’를 내세우며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개문발차(開門發車)식 창당은 두 세력의 결합이 얼마나 정치공학적인 것인지를 입증해준다. 선거 승리와 자금 확보를 위해 일단 정당부터 만들고 보자는 얄팍한 발상이다. 안 의원은 새정치 운운하며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언장담해 놓고 구(舊)정치에서조차 유례가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새정치를 입에 담으려면 어떤 정당을 추구하는지 선명하게 국민 앞에 밝히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