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위헌 정당’으로 제소당한 통합진보당에 국민 혈세가 계속 투입되고, 통진당이 6·4 지방선거에도 참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解散) 심판 결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법 제38조의 심판기간 180일 규정을 지키려면 5월 3일까지는 종국결정의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법조 안팎에서는 헌재가 제4차 변론기일인 내달 1일 시작하기로 한 증거조사의 속도가 그 시기를 좌우할 것으로 짚고 있다.
정당 해산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거액의 국고를 ‘위헌 혐의 정당’에 계속 지원해야 하는 것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난달 27일 황우여 대표가 “(2011년 12월) 통진당 창당 이후 정당 보조금이 114억 원을 넘어선다”고 새삼스러이 개탄한 데 이어 13일엔 심재철 최고위원이 “6·4선거에서 28억 원의 보조금이 지원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자료에 따르면 통진당 전체 모금액은 8억6924만 원으로, 의원 1인당 모금액이 1억4487만 원에 이르렀다. 그 대부분이 정치자금법 제59조에 의한 ‘세액 공제 10만 원’의 기부, 곧 혈세 후원이리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혼란스럽게 한다. 특히 1심에서 실형 12년을 선고받아 항소심 심리를 앞둔 이석기 의원의 경우, 내란음모 등 죄목과 후원금 1억4658만 원 모금과의 관계는 상식 차원으론 이해하기 힘든 ‘상극(相剋)’이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5일 정당 해산 심판과 그 활동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이래 통진당 측의 ‘헌법재판 지연 전략’을 차단해왔다. 통진당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 규정 준용 및 가처분의 위헌 확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달 27일 헌법재판관 9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데 이어 11일엔 이석기 피고인과 ‘혁명조직(RO)’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문제는 증거조사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리라는 점이다. 5월 3일을 지나 6·4 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5월 15일마저 넘기게 되면 해산 심판 중인 정당이 국민의 다른 심판을 구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본안 결정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헌재법 제57조에 따른 가처분에 대한 결정이라도 내려 그런 역설을 줄여야 할 것이다. 헌재는 그로써 민주적 기본질서 수호 의지를 실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