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16일 서울에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합의한
지 2주 만이며 오는 26일 신당 창당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신당은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으며 국회의원 126명의 민주당과 2명의
안 의원 측이 지분을 5대5로 나눠 갖기로 했다.
지난 20년의 한국 야당사(史)는 선거용 신당을 주기적으로 만들어온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2012년 민주통합당 등 총선·대선 등을 코앞에 두고 신당을 만들어 왔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정체 또는 급락(急落)이라는 위기에 내몰리자 선거용 정당 신장개업이라는 낡은 방식에
또다시 야권의 운명을 맡겼다.
기업가 출신인 안 의원은 한·미 FTA나 외교·안보문제, 복지 이슈 등에서 민주당과는 적잖은 견해
차이를 보여 왔다. 김한길 대표 역시 당내에선 중도적 인물로 평가된다. 양측은 이날 창당 발기문에서 '민주적 시장경제' '민생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비핵화와 평화통일 준비' 등을 내걸었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내놓은 게 없다. 신당의
이념적·정치적 정체성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김한길 대표는 발기인 대회에서 "신당 창당 발기는 2017년 정권 교체로 가는
대장정의 출발 선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 내에서조차 신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당이 정말 '선거용 시한부 정당'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국민 주류(主流)의 생각에 접근해가야 한다. 민주당은 '질 수 없는
선거'라던 2012년 총선·대선에서 패배했다. 좌파 정당과 선거 연대를 추진하면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추진했던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도 반대하며 국민 다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결과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또다시 기존 야당의 낡은 정치와 투쟁 방식을 답습해서는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신당의 운명은 6·4 지방선거에서 1차적으로 판가름날 것이다. 신당이 과거 야당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선거의 성패(成敗)가 갈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신당이 과거 야당들과 무엇이 다르며, 과연 나라를 맡길 만한 정당으로 변모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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