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의 큰 방향과 흐름엔 입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어떤 법률안도 통과할 수 없는 한국의 특별한 입법체제에선 제1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규제 개혁을 재벌의 이익과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책 수준으로 인식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건 유감이다. “재벌과 대기업·대자본 입장에서 거추장스러운 규제들이 싹 사라진다면 양들은 누가 지키나”(김한길 대표) “대통령이 공무원 길들이기를 하고 규제 폐지 매카시즘을 퍼뜨리고 있다”(우원식 최고위원)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끝장토론에서 나온 구체적인 사례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가정이나 단언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에만 있는 온라인 액티브X 규제에 막혀 중국인들이 이른바 ‘천송이 코트’(한류 드라마에서 파생된 인기 상품)를 사려 해도 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나 해외에선 이미 레스토랑의 한 종류로 인정받고 있는 ‘푸드 트럭’이 한국에선 9년간 불법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얘기들이었다. 액티브 X 규제의 경우 민주당 이종걸·최재천 의원이 지난해 5월 폐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개혁 이슈를 독점하는 듯한 양상을 견제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의 당위마저 부정할 순 없지 않은가. 선거를 생각한다 해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일자리와 서민을 살리는 규제 개혁 캠페인을 벌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