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벌금 254억원을 일당(日當) 5억원짜리 구치소 노역(勞役)으로 때우고 있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을 중단시키고 국내외 재산을 추적해 벌금을 강제 추징하기로 했다.
구치소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역은 원래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다. 노역자들 대다수는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허 전 회장처럼 벌금을 수백억원씩 선고받은 기업인들이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허 전 회장은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 뉴질랜드로 나간 뒤 현지 카지노 귀빈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허 전 회장이 새로 구입한 요트를 다룰 선장을 뽑는 구인 광고를 현지 신문에 냈다거나 그가 지분(持分)을 가진 건설업체가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벌금을 낼 만한 개인 재산이 어딘가에 넉넉하게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허 전 회장이 벌금 납부를 피하려고 일부러 노역을 택했다면 그는 노역 제도를 숨겨놓은 재산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한 꼴이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감춰둔 개인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벌금을 현찰이나 부동산 등으로 최대한 받아내야 한다.
법원이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벌금 제도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형법은 벌금 대신 노역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정했을 뿐 노역 기간이나 일당을 얼마로 할지는 법관 재량(裁量)에 맡겨 놓고 있다. 대법원은 벌금이 얼마 안 되는 액수이거나 당사자가 가난한 경우 노역 일당을 지금보다 높여 노역 일수(日數)를 줄이고, 벌금이 고액이거나 경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일당을 상당 수준 낮춰 노역 일수를 늘리는 식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국회는 '최장 3년'으로 고정된 노역 기간 상한을 벌금 액수에 따라 더 늘리거나 재산이 있으면서도 벌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미국처럼 징역형으로 가중(加重)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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