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해가 진 뒤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 27일 한정위헌(限定違憲)으로 결정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다. 그러잖아도 합법을 가장한 불법 시위가 일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탈의 개연성이 더 큰 ‘야간 시위’까지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憲裁)는 ‘해가 진 뒤부터 밤 12시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밤 12시부터 해 뜨기까지’의 시위 허용 여부는 입법부 몫으로 돌렸으나, 자정부터 일출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시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면 허용과 다를 바 없다. 2009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야간 시위도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시민 불편을 더 심화시키게 마련이다. 집회·시위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합법일 경우엔 주간이든 야간이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무제한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도 당연하다. 일부의 권리 행사를 위해 다수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말이면 진보·노동단체 등이 상습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시민들은 교통대란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들은 합법 시위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해놓고는 일단 집회를 연 다음엔 도로를 무단점거하거나 대형 확성기로 고함을 지르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 집회·시위의 ‘단골 무대’인 서울시청 인근과 광화문 일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소음 고문(拷問)’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불법 집단행동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은 시위가 도로 점거나 건물 침입 등 불법으로 변질되면, 더 단호한 법집행으로 시민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내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공언(公言)이 허언(虛言)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