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사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2월과 2010년 1월에도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다음 다수의 해안포를 사격하였고, 특히 2010년 8월에는 항행금지구역 등을 선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117발을 사격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일부가 북방한계선 이남지역으로 낙하하였으나 한국은 특별하게 대응하지 않았고, 그 이후 11월 23일 북한은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를 대낮에 포격하는 도발을 감행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사격에 대하여 얼마나 잘 대응했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북한이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이 도발을 감행하였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도발과 훈련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
무엇보다 먼저 이번 포사격을 계기로 훈련과 도발을 구분함으로써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무모하면서 예측불가능하게 행동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집중적 해상 포사격의 경우 과거와 다르게 사격사실을 우리에게 통보하였고, 7개의 사격구역도 모두 북방한계선 이북으로 설정하였으며, 백령도 부근의 사격구역 이외에는 북방한계선을 넘지 않도록 유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사격한 것은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지만, 과거에 비해서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한국은 북한이 어떤 군사행동을 하기만 하면 ‘도발’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북한 자체의 훈련으로 인정해야할 것은 그렇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훈련과 도발을 구분하는 분명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훈련을 해야할 것이고, 우리의 훈련이 북한에게 훈련으로 인정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행위 중에서도 훈련으로 인정해야할 것은 인정해야할 것이다.
차제에 한국은 북한에게 이번 경우와 같이 서로의 훈련을 사전에 통보하는 관행을 누적해나가자고 제의할 필요도 있다. 이번 북한 해상 포사격을 우리가 북한의 훈련으로 인정할 경우 북한도 우리가 통보하는 훈련을 인정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와 같은 포사격으로 남북한 간 긴장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연평도 사태 발생시 대응조치의 실질성 점검
이번 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사격을 계기로 한국은 현 상황에서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재발하였을 경우 북한의 포병을 단기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지를 재검검해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에서는 북한이 도발하면 이번에는 ‘원점타격’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원점타격이 가능한 지를 냉정하게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전시와 달리 평시에는 관측수를 운용할 수 없어서 한국의 K-9 자주포가 아무리 많은 포탄을 신속하게 사격하더라도 그것이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아서(Authur)와 같은 표적탐지레이더가 북한 포병의 사격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요인으로 포탄은 오류가 발생하고, 누군가가 피탄지(被彈地)를 확인하지 않고는 정확한 피해판정(BDA : Battle Damage Assessment), 즉 명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군은 비행선을 띄우기로 하였지만, 기술적 문제로 연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한국군은 북한이 사격하면 즉각적으로 대응사격을 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원점타격’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공군기에 의한 적 포병 무력화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공군기가 정밀유도탄으로 공격할 경우 적 포병의 일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밀유도탄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북한의 모든 포병을 정밀 타격할 수는 없다.
적 포병은 고지 후사면에 위치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타격하려면 북한 영공을 침범해야할 터인데, 그렇게 되면 북한의 공군기가 출동을 할 것이고, 공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한반도 긴장은 급격하게 고조될 수 있다.
즉 공군의 정밀타격은 너무나 위험부담이 커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이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누가 건의하여 누가 내릴 것인지도 명확하게 설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010년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을 경우 과거와 같은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 번 모든 사항을 실질적으로 재점검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시정해 나가야할 것이다.
서북도서에 대한 북한의 상륙작전 대비 필요
이번의 포사격과 관련하여 한국이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사항은 이것이 단순한 포병훈련이 아니라 북한이 서북도서 지역을 탈취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그 실질성을 재점검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서북도서에 대한 강습을 지원하기 위한 화력지원의 가능성과 효과를 타진해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500발 정도로 대규모로 발사한 것이 그러한 의심을 낳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도서 지역에 대하여 기습적인 상륙작전을 감행할 경우 북한은 포병지원사격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1개 대대 모의 자체 포병 이외에는 지원이 어렵다. 공군기와 헬기를 통하여 집중적으로 화력지원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하여 대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군에 대한 화력지원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240mm 방사포를 비롯하여 그 동안 이 지역의 포병전력을 상당부분 증강하였고, 기습침투를 위한 MI-2 헬기와 공기부양정을 배치하였다고 파악되고 있다. 공기부양정의 경우 40~50명을 탑승시킨 상태에서 시속 100km 정도로 기동할 수 있고, 전체 130여척 중에서 70척을 서해에 배치한 상태이다.
북한은 북방한계선에서 40km 떨어진 고암포에서 계속적으로 상륙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김정은은 이 지역의 무도, 장재도, 월래도를 시찰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북한이 서북도서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한 상륙작전을 실시할 경우 이를 어떻게 조기에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병력으로 어느 정도 지탱할 수 있는지, 증원전력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화력지원하는 북한 포병을 어떻게 조기에 무력화시킬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완화부터 시작해야
이번 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사격을 계기로 한국은 군사관계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교류 및 협력이 진행되더라도 1회의 군사적 도발로 금방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3월 28일 과거 동독지역이었던 드레스덴에서 남북문제 해결을 위하여 “남북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의 3대 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사격으로 이러한 제안이 거부당한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실시된 남북한 간의 화해협력정책은 2008년 8월 12일 한국의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삽시간에 무너진 적이 있다. 지금도 남북한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2010년 5월 24일 내려진 소위 ‘5.24 조치’인데, 그것은 2개월 전인 3월 26일 북한의 잠수정이 한국의 군함인 천안함을 격침시킨 사건 때문이다. 남북한 정세는 기본적으로 군사적 상황에 지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합의나 제도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은 경제 및 사회적 화해협력 정책을 누적하여 군사적 문제도 해결하려는 간접적인 접근을 취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해상 포사격은 군사적 긴장완화가 없이는 남북문제의 해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고 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한국은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상호 훈련통보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CBM : Cofidence Building Measure)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안 및 협의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 경제적이거나 사회적인 화해협력정책도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핵미사일’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이번 북한의 포사격과 관련하여 한국이 조심해야할 사항은 이로 인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한국은 유효한 방어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집중적인 해상 포병사격이 실시됨으로써 국민들은 서북도서에 대한 위협이 가장 위중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더욱 위험한 것은 북한의 핵도발이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여 그들의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경량화’ 하는데 성공하였다고 주장하였고, 그렇다면 한국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하에 놓여있는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경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014년 3월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에서는 증폭핵분열탄, 고농축 우라늄탄, 동시다발 핵실험 등으로 추측하고 있고,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아마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통하여 미국을 공격하는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더욱 소형화된 핵무기 위력을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이미 한반도의 모든 지역을 언제든지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 인정이 출발점
이번 북한의 집중적 해상 포병사격은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을 더욱 강화한 사례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포병사격을 통보하였고, 또한 500발이나 넘은 대규모 포탄을 사용하였다. 북한이 언제 어떠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집단이라는 점을 더욱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미 국무부에서는 김정은의 학우들을 모두 조사한 결과 김정은이 “Dangerous, Unpredictable, Prone to Violence”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북한이란 집단 자체가 예측불가능한 데다 그의 새지도자는 더욱 예측불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인정해야하는 것은 북한이 어떤 도발을 어떤 목적으로 자행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름대로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북한의 실제 의도나 계획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한국은 더욱 겸손하면서도 신중하게 북한의 의도와 계획에 대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해야 한다.
북한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집단에 대응하는 출발점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른다고 인정하게 되면 알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 할 경우에는 알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비를 하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대비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대응은 ‘추측’이 아니라 ‘정보’로 출발해야 한다.(Konas)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