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는
9일 기초선거 불(不)공천 여부를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키로 한 데 대해 거듭
"불공천 소신을 접고 후퇴하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가 어떻든 안 대표가 공을 떠넘긴 것은 사실이다.
'유(U)턴 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이날 "만에 하나 당원과 국민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스스로 '퇴로(退路)'까지 열어둔
셈이다.
안 대표는 대선 후보직도 그렇게 끝까지 간다고 하더니 결국 사퇴했고,
신당도 국민 앞에 수도 없이 반드시 창당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접어버렸다.
이번에 또 자신이 거듭해 온 다짐과는 달리 방향을 틀고 있다.
세간에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 대표는 중요한 고비마다 뒷걸음질을 하게 되는 이유를 밖에서 찾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에게서 답을 찾지 않으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 수 축소,
의원 세비 삭감,
정당 국고 보조 감축,
중앙당 폐지를 들고 나왔었다.
민주당과 대선 후보 단일화 경쟁을 하면서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는 무소속 대통령이 낫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지난해 독자적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할 때는 소선구제 개편을 통한 다당제 실현,
대통령 결선투표제 실시를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실현된 것이 없고 실현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존재하는 정치 현실이 문제가 많다 해도 여기까지 오게 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이 현실을 바꾸려면 그 역사에 대한 경험과 고뇌라는 바탕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안 대표는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하나도 거치지 않은 사람이다.
현실 속에서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어려움에 마주치면 쉬운 길을 찾게 된다.
안 대표가 기성 정치를 비판할 때 많은 국민이 신선하게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것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안 대표가 그 너머로 한 번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초 불공천은 수만명의 탈당과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부를 수 있는 문제다.
그간의 안 대표 모습을 보면 이런 역효과와 부작용을 깊이 고민했다는 흔적이 없다.
'개혁' '약속'이라는 겉포장에만 매달리다 피할 수 없는 벽에까지 몰린 것만
같다.
안 대표와 같은 사람이 우리 정치에서 해야 할 역할은 반드시 있다.
안 대표는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냉정하게 되돌아봤으면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처신도 결국엔 '새 정치'를 내건 또 다른 인기 영합주의일 뿐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앞으로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은 다시 듣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