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애가 타들어가는데 정부는 우왕좌왕하기만 하고 일에 진척은 없습니다.”
그 표현은 진실인가? 정확한가? 냉철한 것인가? 아니면, 얍삽한 선동인가? 의문이 강하게 스쳤다. 화면 오른쪽의 숫자 상황을 보면 ‘탑승 476, 구조 174, 사망 187, 실종 115’이다. ‘구조 0, 사망 모름, 실종 476’이 아니다. 구조 174명, 시신 수습 187명이 진척이 아니면 뭐라는 말인가? 우왕좌왕하기만 했는데 어떻게 174명을 구조하고 187명의 시신을 수습했을까? 단원고 체육관에서 빈 자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도 정체란 말인가?
인터넷 화면이 10초만 지체되어도, 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3초만 딴 짓을 해도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지체되며 흘러가는 시간은 피가 마르게 할 것이다. 하루에서 수십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할 정도의 고통을 겪는 유가족들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여 격앙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고 용납할 수도 있다. 긍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도.
그런데 몇 걸음 떨어져있기에 제 3자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건만, 그 유가족들이 더욱 더 흥분하며 답답하게 만들고, 정부와 국민을 과도하게 이간질하고, 결국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을 불신하며 경멸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아나운서와 기자들을 어떻게 이해하며 긍정할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회의와 환멸까지 느끼게 만드는 짓이다.
정부의 나태와 부조리에 대해서는 당연히 날카롭게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리할 때 그 문제점이 개선되고 결국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테니까. 그런데 그 비판이라는 것을 할 때에는 엄숙하게 정직해야 한다. 그 근거나 표현이 정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사기성이 농후해 보였던 홍 뭐나 다이빙 뭐를 가지고 헛소리를 배설하면서 무슨 선각자인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무는 언론사가 있는 지경이다.
세월호는 국가가 운영에 깊숙히 개입하는 공기업이 아니다. 사기업이다. 사기업이 선박관리를 한심하게 했고, 세월호의 직원들은 민첩하지 않았고 무책임했다. 정부는 대규모로 여행하다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어 소규모로 여행 갈 것을 권장했으며, 교육부 지침에 의거하여 경기도교육청은 ‘3개 학급, 100명 내외로 움직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단원고는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각자 기본규칙을 성실하게 지켰다면 이런 대규모의 참사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모든 결정적인 뒷수습은 오직 정부가 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욕은 정부가 다 먹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측에 책임을 따지는 것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라는 뒤틀린 소문까지 퍼트리는 무리들도 있다.
174명을 구조한 것도 정부요, 187명의 시신을 수습한 것도 정부다. 대한민국 언론인 중에서 그 사실을 평가에 포함시키는 언론인은 극소수다. 그처럼 엄청난 진전을 보였건만, 우왕와왕하기만 한단다. 진척이 없단다. 정부가 무능하다고, 하는 일이 없다는 비난이 난무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구조되어 살아남은 이는 구조해준 그 누군가(어부, 해경, 정부 등)에게 온 정성을 다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감사를 느끼는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계 종사자들이 그 사실은 취재해봤자 정부에 엿먹이는데 보탬이 안 되기에 외면하는 것일까.
애가 타는 가족들을 진심으로 배려한다면 엄밀하게 정직한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직하고 냉철하되 절제까지 갖춰야 한다. 과장, 왜곡, 거짓이 섞일수록 사악한 선동으로 굴러떨어지게 되며, 선동이 섞일수록 애가 타는 가족들이 더욱더 치열하게 애타도록 만드는 악행이 된다는 진실을 뉴스Y의 아나운서는 알아야 할 것이다.
조갑제 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