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방종] 김상중씨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조선 닷컴 / 靑山流水
들은 얘기다. 한 대학생이 대학로를 걷는데 어느 방송국 기자가 인터뷰를 청했다고 한다. “양담배가 좋습니까? 國産담배가 좋습니까?” 이렇게 대답했다. “양담배가 좋지요. 그러나 애국하는 마음으로 國産담배를 핍니다.” 며칠 후, ‘무분별한 양담배 애용의 문제점’을 다루는 時事고발 프로에 자신의 얼굴을 희미하게 가리고 요즘음 대학생들 사이에도 양담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는 멘트를 단 후 “양담배가 좋지요”까지만 자신의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기자가 파렴치한 방종을 저지른 것이다.
일요일(4/27) 오전, JTBC에서 다이빙벨을 띄웠던 손석희 아나운서를 높이 띄우고 있는 포털 사이트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기사가 떠있고, 꼭 봐야 한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거였다. 그 사이트가 결코 공정과 객관 그리고 애국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고 느끼지만 일요일 오후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여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조갑제 사이트’의 “언론의 정수를 보여준 뉴욕타임스 심층취재”와 “마지막 탈출자 김성묵씨의 생생한 증언”에 내포되는 재탕이었다. 방송에서 김상중 사회자는 ‘편집, 삭제’ 등의 용어를 쓰면서 진도 관제 센터의 交信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편집삭제 부분에 뭔가 켕기는 게 있다는 뉘앙스를 진하게 풍겼다. 의심의 현미경으로 트집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용을 썼다.
진도 관제 센터에서는 (現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船長이 판단해서 대피시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 지시를 따르기만 했어도 승객 대부분을 구조할 수 있었다. 진도관제센터는 신고가 접수 되었으며 출동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어떤 중대하고도 결정적인 오류가 더 남아 있어서 뭘 굳이 더 파헤쳐야만 할까? 이 정도의 현미경으로 SBS 운영실태, 세금상황, 아나운서와 기자들의 개인생활을 파헤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김상중씨는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휴머니스트인 것처럼 그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댓글을 달면서 “정부를 못 믿겠다, 정부는 진실을 밝히라”고 외쳤다. 그것이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영향력이 막강하니 사실과 다른 사기나 왜곡이나 과장을 표현했다면 마땅히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 방송만으로 정부를 불신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요즘 방송들이 ‘선정적으로 한탕치고 시청률 올리면 장땡이다’는 식의 反이성적인 경향에 빠져 있는 경우가 워낙 흔해서 방송에서 한 번 본 것만으로 완전히 오락가락하면 어리석다. 前後 배경을 정확히 몰랐던 나는, ‘저건 뭐지?, 진도관제센터가 뭘 숨겨야 했을까?’ 하는 찜찜한 기분이 든 수준에서 하루를 보냈다.
지금 구조상황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해경측은 월요일에 해명자료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본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네이버와 다음과 네이트 등에서 집요하게 광우뻥 2탄을 만들어 보려는 무리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해경의 해명자료는 이렇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기한 진도 VTS교신 녹음파일 조작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VTS교신 녹음파일은 VTS교신당시 상황 그대로 녹음된 것으로 여러 채널이 섞여 있어 소음이 심하고, 진도 녹음 파일 안에 他 선박의 위치정보, 선명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상 개인 정보 번호를 위하여 선박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하여 내보낸 것이지, 어떤 조작이나 의도된 편집은 없었습니다. 4월 20일 汎정부 대책본부에서 원본파일을 이미 공개했고, 공개 당시 추후 누구든지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음을 공지한 바 있습니다…”
대학로 담배 인터뷰처럼 더러운 짓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가꿔나가야 할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一流국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철퇴를 내리쳐야 할 ‘언론의 방종’이다. SBS는 홍가혜를 띄웠던 MBN, 다이빙벨을 띄웠던 JTBC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정부와 피해자 가족들을 이간질하는 데 크게 한 건 했다. 승객들을 선실에 가둬놓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의 무책임을 지적하면서 그 이준석 선장과 똑같은 짓을 했단 말이다.
만일 내가 아주 가느다란 지푸라기도 있으면 잡고 싶은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 가족이라면 찜찜함에서 그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애가 타고 있는 가슴에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팀처럼 ‘의심’의 불씨를 던지면 그 의심을 중심으로 정신은 회오리친다. 더욱 더 이 상황이 비참하게 힘들어진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휴머니스트라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차분한 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날 방송의 말미에서 죄송하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던 김상중씨가 방송제작자들과 한통속이라면 ‘그것이 알고싶다’에 계속 머무를 것이고, 방송 대본에 써 있는 것을 그냥 믿었던 것이며 그 눈물이 연기력을 발휘한 게 아니고 진정한 휴머니스트로서 흘린 눈물이었다면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며 ‘그것이 알고싶다’를 때려치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유상종의 법칙이 있으므로.
해경의 해명을 접한 후, 나는 SBS가 배설한 방종이 역겨웠다. 피로감을 느꼈다. 비극만으로도 힘든데 또 환멸의 감정이 밀려왔다. 욕이 나왔고, 조폭마누라가 떠올랐다.
조폭마누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결혼 초기에 남편(박상면 분)은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로 초대했다. 아내(신은경 분)는 조폭이었는데, 손님들이 왔을 때 조신한 척 했다. 그런데 동료를 따라온 아이 하나가 조폭마누라에게 퀴즈를 냈다. “아줌마,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새는 뭐게요?” 아내는 “짭새?”라고 했다. 잔칫상앞에 둘러앉아 있던 손님들이 ‘허~ㄹ’ 하는 표정으로 아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답이 틀렸나, 싶어 아내는 어색한 미소를 머금고 답을 고쳤다. “씨방새?” 손님들은 경악했다. ‘씨방새(See Bang Sae)’의 영어글자에서 앞 철자를 따서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