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칼럼/인터뷰

깨끗이 망하고 재탄생하는 방법-신라 敬順王의 例

'강하지도 못하고 약하지도 못하다'는 한탄의 끝에 내린 결론.

趙甲濟의 現代史이야기(全14권)
신라의 마지막 왕 敬順王(경순왕) 後(후)백제의 견훤이 경주로 쳐들어와 신라의 경애왕을 죽인 뒤 왕으로 세운 사람이다. 경순왕 9년(서기 935년) 왕은 나라를 고려 王建(왕건)에게 바치려고 회의에 붙였다. 마의태자는 이렇게 말했다(三國史記).

"나라의 존망에는 반드시 天命(천명)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충신, 義士(의사)와 함께 民心(민심)을 수습하고 스스로 굳게 하다가 힘이 다한 후에 말 것인데 어찌 1000년 사직을 하루아침에 경솔히 남에게 줄 수 있습니까."

이에 경순왕이 말했다.

"이와 같이 외롭고 위태로운 형세로는 보전할 수 없다. 이미 강하지 못하고 또 약하지도 못하여 무고한 백성만 간과 뇌를 땅에 바르는 것이니, 나는 차마 할 수 없다."

'간과 뇌를 땅에 바른다'는 말은 原文(원문)에 '肝腦塗地(간뇌도지)'라고 적혀 있다. 무고한 백성들이 전쟁에 휘말려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처절하게 묘사한 문장이다. 경순왕의 말에서 '강하지도 못하고 약하지도 못하다'는 말이 흥미롭다. 나라를 지킬 만큼 강하지도 못하고 나라가 폭싹 망해버릴 정도로 약하지도 못하니 王族(왕족)들이 구차한 목숨을 근근히 이어가면서 백성들만 고생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경순왕은 후계자인 마의태자의 반대를 무시하고 고려 王建에게 항복할 뜻을 전했다. 그해 11월에 王은 백관을 거느리고 경주를 떠나 송도(개성)의 태조에게 귀순한다. 마차, 牛車(우차), 말이 30여리에 잇달아 도로가 막히고 구경꾼이 담장과 같았다. 경순왕은 王建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경주를 食邑(식읍)으로 받았고 경순왕 백부의 딸을 왕건에게 시집 보냈다. 여기서 난 사람은 고려 현종의 아버지가 된다.

신라의 귀족들도 고려에서 重用(중용)되었다. 경순왕이 싸워서 망하지 않고 스스로 귀순함으로써 백성과 귀족들이 亡國(망국)의 피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득을 본 셈이다. 삼국사기의 著者(저자) 金富軾(김부식)은 이렇게 평했다.

<경순왕이 태조(왕건)에게 귀순한 것은 비록 마지 못한 일이나 또한 아름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때 만약 죽음으로써 힘껏 싸워 항거하다가 힘이 꺾이고 형세만 궁급함에 이르렀다면 반드시 그 종족은 멸망되고 무고한 백성에게 해만 끼쳤을 것이다. 현종은 신라의 外孫(외손)으로 寶位(보위)에 올랐고 그 후 大統(대통)을 이은 자가 모두 그 자손이었다. 어찌 음덕의 보답이 아니겠는가.>

나라가 망하면 왕족과 백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東西古今(동서고금)의 사례에서 보는 바이다. 新羅(신라)처럼 싸우지 않고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왕이 스스로 결단하여 귀순함으로써 그 스스로는 물론이고 귀족과 백성들을 살린 예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고구려는 지배층의 自中之亂(자중지란), 백제는 지배층의 부패가 심각했다. 두 나라가 싸워서 망한 것은 一見(일견) 장렬하게 보이지만 그 후유증은 當代(당대)의 사람들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싸워서 망하든지 끝장을 확인할 때까지 가서 망하면 망하는 쪽에서 남는 것은 없다. 따라서 접수하는 쪽에서는 물건과 노예를 줍듯이 하니 예우해줄 이유가 없다. 新羅 경순왕은 군사적, 경제적 餘力(여력)이 있을 때 귀순하니 王建으로서도 대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신라 지배층이 고려의 지배층으로 轉入(전입)함으로써 신라사람들은 고려시대에도 대접을 받으면서 살았다. 邊太燮(변태섭) 교수는 '韓國史通論(한국사통론)'에서 고려 성종 때 국가체제가 확립되었을 때의 지배세력은 "지방호족 출신으로 중앙관료가 된 계열과 신라 6頭品(두품) 계통의 유학자들이었다"고 썼다. 成宗(성종) 때 국가체제를 정비하는 데 主役(주역)이었던 유학자 崔承老(최승로)는 신라 6두품 출신 귀족이었다. 그는 28개조의 개혁안을 成宗에게 제시하여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와 유교 정치이념을 확립했다.

인간이든 조직이든 헤어질 때, 죽을 때, 해산할 때, 망할 때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삼국통일로써 韓民族(한민족)이란 집단을 만들어내고 이 공동체의 무대를 한반도에 설정했던 신라는 망하는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신라정신 속에 있는 실용정신, 자존심, 그리고 관용과 지혜 덕분일 것이다. 에밀레鐘(종)에 새겨진 銘文(명문)에 나오는 '圓空神體(원공신체)'란 말이 새삼 생각난다. "둥글고 속이 빈 것이 하느님의 본성"이라는 의미이다. 원만하고 겸허하면서도 강력한 존재가 신라였다.

前職(전직) 고위 공직자 한 분은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 새누리당과 대통령에 실망하였다. 이들의 國政(국정)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큰 위기가 올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善防(선방)하든지 어중간하게 지지 않고 完敗(완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정신을 차릴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진정한 개혁은 자기 부정에서 출발하는데, 벼랑에 서지 않으면, 死生決斷(사생결단)의 개혁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조갑제 닷컴 / 조갑제


혁신학교? 혁신은 개뿔! 애들 학력만 퇴행중! 교무실 커피자판기, 교사 항공권 구입에 물 쓰듯...특혜 불구 학력은 뒷걸음 일반학교에 비해 연간 1억4,000~1억5,000만원을 특별히 지원받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했고,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물 쓰듯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 티셔츠 구입, 진공청소기 구입 등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력은 일반학교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