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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터뷰

불교로 읽는 古典: 플라톤의 『국가』

정천구 박사, 서울디지털대 석좌교수, 정치학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수년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정치철학 저서가 우리 서점을 강타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일어난 세계적인 정치철학 붐 때문일 것이다. 정의(justice)는 플라톤이 국가에서 다룬 중심 주제다.

1950대부터 스트라우스(Leo Strauss)는 철학이 선험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치와 사실을 구분해온 현대정치학을 비판하고 고전 정치철학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롤즈(John Rawls)1971년 현대적 방법론으로 국가의 주제였던 정의를 분석하였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지식의 자료는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참지식과 지혜를 알려주는 철학이 중요해졌다.

국가는 그리스 원어로 폴리테이아(πολιτεία)이고 영어로는 공화국(the Republic)인데 플라톤의 30여 대화편 중 중년에 쓴 작품이다. 소크라테스와 다른 인물들과의 대화 형식이지만 초기 대화편들과 달리 플라톤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작품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2천년의 서양철학을 플라톤 철학의 각주(footnote)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플라톤이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막중하다. 그런 플라톤의 대표적 저작이 국가이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치학과 철학의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플라톤의 비판자들조차 그가 만들어 놓은 서양철학의 거대한 프레임(frame )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프레임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 중생의 귀의처가 된 붓다의 가르침과 비교해보자.

국가와 개인의 정의(正義)

국가는 이상적 국가와 현실의 정체를 다루면서

정의를 개인의 영혼에서는 물론 국가와 같은 조직에서도 최고의 덕이라고 보았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통속적인 정의의 개념을 검토하면서 국가의 정의를 논한다. 국가는 개인을 확대한 것과 같아 큰 것에서 논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는

개개인이 자족적일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며 협동을 통해 완성된다.

모든 국가에는

장인(匠人), 농부, 무역업자 등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생산자 계급,

국가를 방어하는 수호자 계급(guardian),

그리고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수 있는 통치자 계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각각의 계급은 그에 합당한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며 거기에 맞는 특별한 덕(virtue)이 요구된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상층 계급인 통치자 계급은 전체로서의 국가를 어떻게 규율할지를 아는 지혜(wisdom)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다음 계급인 수호자 계급은 국가를 수호해야 하기 때문에 용기(courage)의 덕이 있어야 한다.

하층 계급인 생산자 계급은 자신들의 욕망(desire)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절제(temperance)의 덕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국가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의란 사회 안에서 자신의 계급에 따라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즉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인에게 있어서

머리의 이성,

가슴의 기개,

그리고 배의 욕망이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것처럼

정의로운 이상국가는 통치가 무엇인가를 잘 아는 계급,

즉 철학자 계급이 통치하여 계급들 간의 적절한 분업과 덕의 분업,

즉 지혜, 용기, 절제 간의 분업과 조화가 이루어진 국가를 말한다.

 

플라톤은 철학자들의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보았다.

통치자 계급과 수호자 계급에게 어릴 때부터 독서, 작문, 암송 등과 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교과목은 음악(music)과 체육(gymnastics)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서 음악은 오늘날 문화(culture)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고

체육은 육체적 훈련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교육은 침착(gravity), 예의바름(decorum) 그리고 용(courage)를 배양한다.

 

플라톤은 시()와 음악에 대해 검열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시가 진리가 아닌 의견(doxa 억견)만을 제시하는 일을 방지하고

음악이 용기와 조화로운 생활을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학은 논리적 생각과 계산능력, 및 개념적 지식을 위해, 군사훈련은 국가수호를 위해 필수 과목이다.

 

다음으로 통치자의 가능성이 있는 소수에게는 직접적으로 진리의 학문인 변증법을 배우게 하고 최고 단계로서 전체를 통합한 우주 질서로서의 최고의 좋음(Good)을 학습한다.

좋음의 세계와 동굴의 비유

좋음(good)의 이데아인 최고의 좋음은 형상(form) 중의 형상,

이데아 중 이데아로 경험적 세계와 독립된 순수한 세계이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최고의 좋음은 신에 해당한다. 그것은 어떤 것일까?

플라톤은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어야 할 이유를 말하는 과정에서 동굴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현실을 그림자의 세계로, 최고의 좋음을 태양으로 비유한 이야기다

 

여기 동굴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죄수들이 있어 앞면에 비춰지고 있는 그람자만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의 뒤에는 사람과 동물과 여러 물건의 인형들이 움직이는데 그들 뒤에 불꽃이 앞 벽에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묶인 사람들은 그림자를 세계의 참 모습인 줄 안다.

 

그런데 동굴 속의 어떤 죄수가 쇠사슬을 풀고 뒤돌아서 불꽃과 그림자를 비추게 한 사물을 직접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복제물일 뿐이며 아직 실재(reality)는 아니다. 쇠사슬에서 풀린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이 비치는 세계를 볼 때 복제물 대신 진정한 사물을 보게 된다. 그는 태양이 모든 것의 원인이자 근원이고 세상의 모든 것은 거기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동굴 속의 사물들은 최종적 실재의 복제물임을 이해하게 된다.

쇠사슬에 묶였을 때 본 그림자는 복제물의 복제물(simulacre)이다.

여기서 동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상계이며 동굴 밖의 세계는 실재(이데아)의 세계이다. 또한 태양은 좋음의 궁극적 형상이며 지상의 모든 사물의 형상과 그들 간의 질서와 조화의 원인이다. 늘 변화하는 현상의 세계에서는 진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부정확한 의견만이 있을 뿐이며 동굴 밖의 변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의 세계만이 지식의 대상이 된다.

정의는 지혜, 용기, 절제 또는 그 이외 다른 덕과 마찬가지로 형상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에 관한 지식은 현상의 세계에서는 구할 수 없고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현상계의 의견들을 지식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습관이 되어 있다.

거짓된 현상계, 의견의 세계에 붙잡혀 있는 젊은이들을 동굴에서부터 끌고 나와 진리를 보게 하는 역할이 바로 앞에서 소개한 플라톤의 교육 이론이다.

 

개인의 영혼과 국가의 정체(政體)

정의로운 국가에서 지혜, 용기, 절제가 분업과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이

정의로운 인간의 영혼에서도 세 부분이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

 여기서 플라톤은 통치자의 영혼이 타락할 때 국가의 정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철학자가 다스리는 이상적인 정체인 군주정(君主政 monarchy)과 귀족정(貴族政 aristocracy)에서는 통치자의 영혼도 이성이 기개와 욕망을 지배하는 이상적인 것이다.

 

통치계급에서 욕망이 이성을 지배하게 되면 명예정(名譽政 timocracy)이 된다.

새 통치계급의 덕은 이제 지혜가 아니라 용기가 되며 국민을 노예화하는 병영국가가 된다

 

명예정에서 부를 갖게 된 통치 계급의 자손들이 부와 재산을 자체 목적으로 추구하여 나타나는 정체가 과두정(寡頭政 oligarchy)이다. 그들은 오로지 수전노 같은 절제의 덕만을 갖게 된다.

 

과두정의 자손들이 돈에 익숙해져 절제를 잃고 명예도 지혜에도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중우정치(衆愚政治) 또는 폭민정치(暴民政治)로 타락한 민주정(民主政 democracy)이 나타난다.

 

참주정(僭主政 tyranny)은 민주정체에서 빈자계급이 자신들에 대한 부유층의 억압을 구실로 민주정체를 무너뜨리면서 나타난다.

그들이 뽑은 지도자는

처음에는 부자들을 억압하고

다음으로 국민을 억압하면서

 결국 전체가 절대 독재자의 노예가 된다.

 

플라톤의 국가와 붓다의 가르침

국가에는 붓다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내용이 적지 않다.

화엄경의 세계를 장엄한 화음을 이루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듯이

불국토에서도 사람들은 각자가 자기의 몫을 다하면서 전체가 조화를 이룬다.

 

통치자의 덕으로 지혜를 중시한 점도 붓다의 교설과 유사하고

동굴의 비유도 진리를 깨닫고 돌아와 중생을 구원한다는 보살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플라톤의 교육론은

중생의 완전한 깨달음을 추구한 붓다의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일반 교양인의 교육에 크게 공헌하였다.

 러셀(Bertrand Russell)은 플라톤 교육론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신사가 그리스 아테네의 교양인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플라톤이 현상의 세계를 그림자로 보고 최고 좋음의 세계를 실체라 본 것은

 붓다가 설한 고의 세계와 열반의 세계와 비슷한 점이 있고

인간 영혼의 타락과 정체의 변화를 연계시킨 이론은 일체가 마음의 작용이라는 붓다의 교설을 적용한 것 같아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플라톤의 정체 변화론은 오늘에 적용해도 설명력이 있다.

그러나 붓다의 교설과 국가에 나타난 플라톤의 정치철학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첫째, 플라톤이 계급에 따라 역할과 덕을 배정한 것은 인도의 4(四姓) 계급설과 유사하며

붓다의 평등 교법에 위배된다.

포퍼(Karl Popper)는 개인의 자유가 집단에 매몰된 플라톤의 국가를 전체주의 국가와 유사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둘째, 플라톤은 현상의 배후에 변화지 않는 실체가 있다고 보았고

현상의 세계와 이데아의 세계를 이분법으로 구별했다.

그러나 붓다는

영원한 실체는 없다고 설하고 무아와 연기를 가르쳤다.

붓다는 진()과 속()이 둘이 아님(不二)을 설하고 그들 간의 원융 무애한 소통의 이치를 밝혔다.

 

셋째, 플라톤은 현상보다 이데아를 실체로 보고 진리를 중시하고 의견을 억견이라고 무시했다.

 붓다는 그런 차별적 견해를 비우라고 가르쳤다.

사실 정치의 세계에서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에서는 의견이 중요하다.

탈근대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는 인간의 생활에서 복제물의 북제물인 시뮬라크르가 진품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대 이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시작으로 서양 정치철학은

정치에서 윤리를 분리시키고

이성으로부터 감성을 해방시키는 등

플라톤 영향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전체주의와 핵무기의 출현은 막지 못하였다.

그 이유를 필자는

그러한 변화가 실체론과 이분법적 사고라는 플라톤 철학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가 강조했던 지혜, 용기, 절제의 덕으로부터만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대불교, 201464일 수요일 24)



혁신학교? 혁신은 개뿔! 애들 학력만 퇴행중! 교무실 커피자판기, 교사 항공권 구입에 물 쓰듯...특혜 불구 학력은 뒷걸음 일반학교에 비해 연간 1억4,000~1억5,000만원을 특별히 지원받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했고,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물 쓰듯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 티셔츠 구입, 진공청소기 구입 등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력은 일반학교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