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사기관 선정 문제로
여야(與野)가 갈등을 빚다 간신히 합의하더니, 이제는 기관보고 일정을 둘러싼 대립에 발목이 잡혔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희생자들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는커녕 정쟁(政爭)과 비효율로 국민의
부아만 돋울 판이다.
이런 상황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국정조사 본연의 취지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야당의 책임이 더 커 보인다. 국정조사 즉각 실시를 주장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월드컵 시즌을 이유로 기관보고를 다음달 14∼26일로 미루자고 하는 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정을 지연시킴으로써 7·30 재·보선 때 활용해보자는 의도로도 읽힌다. 국민이 월드컵에 빠져 세월호 문제의 흑백도 못가릴 정도라고 본다면 그런 인식은 더 큰 문제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고,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피눈물을 국회가 닦아줘야 한다”고 했었다. 설사 여당이 지연시키려는 꼼수를 부리더라도 야당이 대승적으로 접근해 하루라도 빨리, 밤새워 국정조사를 벌이자고 하는 것이 옳다. 야당 의원들이 KBS, MBC 등에 사장과 보도국 간부들의 전화통화 기록, 법인카드 사용 명세서, 나아가 메인 뉴스의 순서 진행표, 리포트 초고와 수정 내용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진상 규명보다는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언론 보도와 관련된 내부 의사결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도 비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