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경찰서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을 지난달 말 청부(請負)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친구 팽모씨를 시켜 평소 가까이 지내던
60대 재력가 송모씨를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2010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서울시의원에 처음 당선됐고 지난 6·4 선거 때
재선됐다. 민주당 의원 보좌관과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 의원은 이번에 체포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했다.
경찰은 당초
김 의원이 송씨에게서 5억2000만원을 빌렸다가 빚 상환을 독촉받자 팽씨를 시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1일엔
5억2000만원이 단순한 빚이 아니라 김 의원이 송씨 소유 땅을 근린생활지역에서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미리 받은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처음 당선 뒤 4년간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었고, 이와 별도로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경찰은 송씨 유족과 주변 인사들로부터 평소 송씨가 "김 의원이 용도변경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해왔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용도변경이 여의치 않자 송씨가 김 의원에게 "폭로하겠다"고 압박을 가했고, 이에 김 의원이 청부 살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씨가 김 의원의 의정 활동 영향력을 믿고 5억원이 넘는 돈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지자체 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의외로
알짜배기 이권(利權)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경찰은 팽씨와 김 의원을 체포한 데 만족하지 말고 지자체 의정 활동의
부패 구조를 파헤치겠다는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 경찰 수사 기한이 만료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다면 검찰이 나서서 구조적 비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받은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간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