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명의(名醫)일지라도 진단을 잘못하면 제대로 된 처방을 낼 수 없다. 잘못된 처방은 병을
고치기는커녕 악화시키거나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최근 잇단 인사(人事) 실패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 대책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이런
우려를 하고 있다. 새 총리 후보로 안대희·문창극 두 사람을 지명했다가 모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중도 하차시키고, 결국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일은 ‘인사 참사(慘事)’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국정 지지율이 급전직하인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장관 및 국가
정보원장 후보자들 중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될 조짐마저 보인다.
박 대통령의
30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민의 눈높이, 언론과 여론의 과도한 검증, 인사청문회 제도
때문에 총리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말(本末)을 흐리는 접근 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총리 유임 문제에 대해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분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마치 이 나라에는 무능·부패한 인사들밖에 없다는 식으로 비친다. “높은 청렴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국가에 봉직한 공무원과
각계 전문가, 나아가 국민 전체를 폄훼한 것과 진배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논평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편협하게 사람을 찾으려니 권력에
줄대려는 사람들이 먼저 보이고, 검증에 통과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국민 눈높이가 특별히 더 높아진 것도 없다. 과거
정권에서는 최근 제기되는 일부 장관후보자들보다 덜한 의혹들로 낙마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국민은 ‘무결점 후보자’를 원하지 않는다. 정홍원 총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전관예우 문제도 국민이 양해해 주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설사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맞추는 것이 도리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다.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럼에도 전례조차 없는 ‘도로 정홍원’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걱정했다. 마치 언론 검증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식이지만 잘못된
인사 때문이며, 대통령 본인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 탓, 여론 탓, 제도 탓을 해선 안된다. 수첩·비선 인사부터 철폐하고,
광범위하게 인재들을 물색·영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