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가 25일 만나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을 만난 뒤 "그동안 (양측
간에) 있었던 오해를 씻고 소통했다"고 했다. 유가족 측도 "신뢰 회복 차원에서 서로 이야기하기 껄끄러운 것들까지 다 꺼내놓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양측은 27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여당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입법 문제를 다루면서 당사자들과 직접 담판을 시도하는 것은
대의(代議)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정상적이라 보긴 어렵다. 그러나 지금 정국(政局)은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형국이다.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유가족 측이 쥐고 있다. 야당이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회까지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여당과 두 번이나 합의안을 마련하고서도 유가족들이 거부하자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이 때문에 여당과 유족
간의 직접 대화는 세월호 사태로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원내대표는 26일 "쓸개를 빼놓고라도
협상해 모두 윈·윈하는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유가족이 실질적인 대화 상대가 된 만큼 어느 정도의 양보와 타협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태를 미봉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분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여당과 유가족이 해결해야 할 쟁점들은 하나같이 현행
법체계나 원칙, 국민 감정과 충돌할 소지가 많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문제는 형사법상 자력(自力) 구제 금지 원칙과 연관돼 있다.
유가족들이 여당의 특검 후보 추천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특검의 중립성·공정성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현행 특검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대형 재난 사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별법이 마무리되고 나면 피해자
배상·보상을 둘러싼 협의 때도 적지 않은 의견 대립이 노출될 수 있다. 이미 일반인 피해자 유족들과 단원고 학생 피해자 유족들이 분리돼 서로
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어 1년 이상 지속될 진상조사위 활동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희생자 수습을 비롯한 사고
수습·대처에 벌써 4000억원 안팎의 세금이 지출된 것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특별법보다 더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당이 첫 관문인 특별법 단계에서부터 중심을 잡고 정부와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일,
감당할 수 없는 일의 선(線)을 분명히 그어놓지 않으면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세월호 유족들의
어려운 형편을 모르는 척하자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부와 여당도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만 당장은 힘들더라도 나라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