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해 온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28일 단식을 중단했다. 김씨를 지원하며 10일 동안 동조 단식
농성을 벌여 온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도 이날 오후 단식을 그만뒀다.
김씨의 단식은 야당에 국회를 등지고 장외(場外)로 뛰쳐나가도록
만든 한 요인이 됐다. 야당 강경파는 "유민 아빠는 광화문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한가하게 국회에 있을 수는 없다"며 국회 일정
전면 거부와 장외투쟁을 끌어냈었다. 그런 김씨가 단식을 접은 이상 야당도 계속 국회를 팽개칠 명분이 약해진 셈이다.
야당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일반 국민의 요구다.엊그제 나온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세월호특별법과 별개로 다른 경제 관련 법안들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 78.5%나 됐다. 반대는 16.5%뿐이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에도 찬성이 71.6%로 반대
25.7%를 크게 앞질렀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5%가 야당의 장외투쟁에 반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이날 서울 명동에서
전단을 나눠주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일부 시민으로부터 "국회로 돌아가라" "국회의원 맞느냐"고 면박을 당했다고 한다.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장외투쟁은 결국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투쟁을 비롯해 2011년 한·미(韓·美) FTA
비준 반대 투쟁, 2009년 미디어법 반대 투쟁이 모두 그랬다. 대신 야당 내분만 부른다. 온건파 의원들이 세월호 관련 장외투쟁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한 강경파 의원이 "여당 대표에겐 침묵하고 자기 당대표에겐 총질해대는 빨대 의원들"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집안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거리 투쟁 참여 의원 숫자도 첫날 80여명에서 이날에는 20여명으로 급감했다. 야당 안에서부터 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야당은 여당과 유가족의 세월호법 직접 담판을 계기로 가뜩이나 존재감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로 돌아가 할
일을 하라'는 국민 요구까지 내친다면 수권(受權)은커녕 당의 존립(存立)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하루빨리 어떤 전제도 달지 않고
즉각 국회에 복귀하는 것밖에 다른 수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130석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의 당연한 도리이고 책무이기도 하다. 이 나라에서
민생과 국회를 인질로 잡는 벼랑 끝 전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야당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