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의 올바른 개념과 국가사회적 폐해
- 네트워크화된 종북세력의 뿌리와 가지-
Ⅰ
. 문제제기: 종북 판결, 이대로 좋은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종북 운운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데 대해, 우리사회 일각에 이의 문제를 지적하는 분위기가 점증되고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에는 ‘종북’의 개념과 ‘(이정희, 심재환의) 경기동부연합’ 구성원 여부, ‘명예훼손 여부’ 등이 놓여 있다. 이중 경기동부연합의 구성원 여부는 아니라는 것이며(피고측이 구성원이라는 근거 미입증), 명예훼손 여부는 법리적 문제라서 필자가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
다만 종북의 개념에 대해서는 발제가가 25여년 간 이 분야를 국가기관에서 연구하였기에 권위있게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종북(從北)이란 용어는 사회과학적으로 정립된 개념도 아니며, 법률적 용어도 아닌 탓에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종북이란 용어가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정치사회적 성향, 소속 집단 및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어 지고 사용되고 있어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안보수사측면의 좁은 의미의 개념이다. 종북(從北)세력이란 ‘종(從) 북한세력’의 약칭으로 북한정권의 노선을 전폭적으로 추종하고 신봉하는 세력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른바 주사파(주체사상파)와 같은 세력을 의미하는데, NL(민족해방)계열이라 불리우는 세력들이다.(유동열의 조작적 정의) 종북세력은 우리사회 내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을 폭넓게 지칭하는 친북(親北)세력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 안보수사측면의 종북 범주>(좁은 의미)
- 대한민국 국가정체성 부정과 북한 김씨집단의 정당성 선전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미화,찬양
-주체사상 및 선군노선, 강성대국론 찬양
- 북한의 대남혁명전략(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노선 수용
- 북한의 연방제통일방안(조국통일 3대헌장 등) 지지 선전
- 북한의 대남투쟁노선(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조미 평화협정체결, 범민련-한총련 합법화, 보수우익세력 척결, 국정권-기무사-경찰 보수대 해체 등) 등 지지 선전
-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민족대단결 선동과 한미공조 배격- 민족공조
- 북한의 핵문제, 미사일발사, 인권문제 등 북한노선 옹호,선전
- 북한의 역사관(예: 6.25를 북침, 조국해방전쟁 규정)
- 북한 문예관의 지지 선전(예: 주체문예이론)
- 기타 북한의 제 주장과 노선 지지선전 등을 주장하는 인사 및 단체
둘째, 넓은 의미의 사회적 개념으로 볼 때, 종북은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에 대한 사회적 경계감과 이들 세력의 확산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폐해측면에서 거의 친북(親北)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사용되는 종북이란 용어는 북한 우호적인 세력부터 북한노선을 맹종하는 주사파 핵심세력까지를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종북이란 용어는 1990년 대 말 안보수사기관에서 친북과 차별화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필자 기억으로 민간영역에서는 2000년 초경 조갑제 당시 월간조선 대표가 자신의 홈페이지인 '조갑제닷컴'에서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에 굴종한다'는 의미로 종북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창한바 있다. 이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2006년 「일심회 간첩단」사건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내 ‘종북주의 논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이다.
안보수사기관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전제하기 때문에 종북의 개념을 좁게 해석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각자의 정치성향과 가치관 및 이해관계에 따라 종북을 친북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종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형법이나 민법상 명예를 훼손되었다고 인정되려면, 종북의 개념과 그 표현의 폐해와 파급에 대한 설득력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가져야 할 것이다. 2심 판결문의 핵심 부분은 아래 인용문이다.
피고 변희재가 2012. 3. 21.부터 같은 달 24.경까지 사이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원고들에 관련된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 이전부터 “종북”(從北)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이는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조선노동당 추종세력”,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 “북한에 대한 독자성과 주체성 훼손” 등의 의미를 지녔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위와 같은 성향을 지닌 계파나 그 소속 인사들을 비판하는 의미가 있었다.
한편으로 “친북”(親北)이라는 용어도 사용되었고, 이는 “북한과 친해지자는 주장”,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향” 등의 의미를 지니면서, 북한에 대하여 우호적이거나 북한에 동조하더라도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과는 구별되는 의미가 있었다...중략...
현재「국가보안법」위반이나 간첩죄의 공소장이나 판결문에서 “종북 성향의 인사들과 회합”, “종북 성향의 문건 배포”, “종북 활동”, “종북 의식화 학습”, “종북 사이트” 등의 표현이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특정인의 북한에 대한 태도나 성향을 보다 강력하게 비판할 경우 종북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친북이라는 용어는 북한과 친해지자고 주장하는 견해까지 의미하는 반면, 종북이라는 용어는 과거 민주노동당의 평등파가 당의 정책이나 이념적 방향에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독자성과 자주성이 없다는 취지로 자주파를 비판한 이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중략...
피고 변희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원고들에 관련된 글을 게시하였을 당시를 전후한 2012. 3.과 같은 해 4.경 “옛 민노당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통합진보당을 만든 종북좌파 세력” “종북주사파인 경기동부연합”,“경기동부연합은 민혁당에 뿌리를 둔 세력”,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체재를 전복하려 했던 민혁당”, “경기동부연합으로 지칭되는 당권파”라는 등의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사정과 피고 변희재의 위 트위터 게시글에서 종북과 주사파를 병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위 트위터 게시글의 문맥, 작성 및 전파 경위 등을 종합하면, 특정인이 주사파 또는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이라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 (관련 항소심 판결문, 26-29면)
이상의 항소심 판결문을 접한 필자로서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종북 개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보편적이며 적절하냐의 문제이다. 발제자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서 지적했지만 종북이란 용어가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정치사회적 성향, 소속 집단 및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어 지고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북에 대한 특정 범주의 개념을 가지고 그 의미를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종북이라는 표현이 재판부의 판단처럼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인지, “특정인이 주사파 또는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이라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종북이라고 지목된다고 해서 재판부가 판시한대로 우리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되지도 않고 있으며, 그들이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이라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도리어 종북이라고 지목되는 단체나 인사들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경기동부연합 구성원이라고 해서 이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지도 않았으며 반사회적 세력으로 치명적인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는 현실이다.
실제 종북으로 지목된 자들이 정당을 만들고 국회까지 진출하고 있는 현실은 항소심 재판부가 종북의 폐해로 지적한 사유(반사회적 세력으로 치명적인 삶을 살고 있다)가 얼마나 부적절 한 것인지를 입증해 준다.
위 두 가지 점에서 이번 판결에 논란은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현명한 법리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