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 기간이 30일로 종료됐다. 이번 국정조사는 당초 6월 2일부터 이날까지 90일 동안 실시하도록 돼 있었다. 역대
국조(國調) 가운데 최장(最長) 기간이었다. 그러나 실제 조사가 이뤄진 시간은 7월 초의 10여일밖에 되지 않는다. 여야는 국조 특위를 출범시킨
뒤 기관보고 일정을 정하는 데만 20일을 썼다. 7월 11일 기관 조사가 끝난 뒤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맞서면서 또 50일을 허송했다. 그러더니 결국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보고서 한 장 채택하지 못한 채 국조 특위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이번 국정조사는 무고한 국민이 300여명이나 목숨을 잃은 참사(慘事)를 다루는 것인 만큼 과거 어느 국조보다도 중요했다.
여야는 사고를 불러온 선박회사의 엉터리 선박 관리와 관계 기관의 허술한 감독, 정부와 해경의 무능한 사후 구조·수습 실태를 낱낱이 밝혀냈어야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라 전반의 안전 시스템과 국민 의식을 혁신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국회의
책무였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여야 모두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당리당략을 배제한 채 초당적(超黨的)으로 국정조사에 임했어야
했다.
그러나 여야가 국정조사에 들어가기 앞서 가진 준비 기간은 고작 10여일뿐이었다. 여야가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전당대회, 7·30 국회의원
재·보선 같은 중요한 정치 일정들이 줄지어 있는 시기에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었다. 이때 이미 '날림 국조'는 예정돼
있었다. 여야는 국정조사에 돌입하고서도 진도 현장을 가느냐 마느냐, 청와대 비서실과 일부 방송사 간부들을 기관보고와 청문회에 불러내느냐 마느냐
같은 지엽적 문제들을 놓고 으르렁댔다.
국민 보기에 야당은 비극적 사고를 이용해 대통령과 여권을 골탕 먹이는 데에만, 여당은 야당
공세를 막는 데만 몰두하는 것으로 비쳤다. 여야가 국정조사의 본질과는 상관도 없는 곁가지 문제들에 매달려 정치 편싸움만 벌인 것이다. 모처럼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에게 국회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그래놓고 야당은 이제 와서 "2차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정말 몰염치한 짓이다.
국회 국정조사란 것이 여야 의원들이 TV 카메라 앞에서 소리 지르고
호통치는 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이번 세월호 국정조사만큼은 뭔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했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이번에도 배반당했다. 국회 무용론이 아니라 국회 해악론(害惡論)이 나올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