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127명,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 96명 등
총 223명이 참여했다.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찬성 73, 반대 118, 기권 8, 무효 24명으로 집계됐다. 찬성표가 3분의 1이 못 된다. 송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납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철도 부품 회사 대표로부터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 사사건건 다투는 여야지만 국회의원 체포안에서만큼은 항상 놀라울 정도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왔다. 제헌국회 이후 체포안
표결 53건에서 가결(可決)된 경우가 12건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는 새누리당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새정치연합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간 "방탄 국회는 없다"고 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결과를 보면
김 대표가 과연 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이번 표결로 새누리당과 김 대표가 그간 주장해온 정치 혁신은 쓰레기로 버려진 꼴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한술 더 떠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권 차원의 야당 탄압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놓고 있다.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 무능(無能)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또 지난 4개월간 경제 관련 법안을
포함해 단 한 건도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정기국회 의사(議事)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그런 여야가 어렵게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는 데 힘을 모은 꼴이 됐으니 진짜 마피아보다 더 끈끈한 게 '국회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추석을 앞둔 요즘 의원회관은 물류센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의원들에게 몰려든 선물 꾸러미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넉
달여간 입법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세비(歲費)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일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고 명절 때마다
밀려드는 선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직업은 국회의원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요 며칠 일터인 국회를 떠나 밖으로 민생 투어를
다니고 있다. 정기국회마저 파행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민생 투어나 다니는 여야 지도부를 곱게 볼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런 마당에 의원 체포안까지
부결했으니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국회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올 판이다. 여야 지도부가 이런 국민의 심정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