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형수야)
옥수수 5킬로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열한 살 꽃제비 소녀를 총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고작 11년을 살아오는 동안 그 애의 인생살이는 꽃제비였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서 굶음을 끼니처럼 외우고 살았던 소녀. 그 애의 잠자리는 길바닥이었고 그 애의 음식은 장마당의 쓰레기였다. 쓰레기라야 장사꾼이 팔다 흘린 얼마 안되는 옥수수알 몇 알, 퍼런 배추시래기, 그것도 줍는 꽃제비가 많아 몇 알이었을까. 그 애의 몸무게는 몇 킬로였을까. 이 답답하고 숨막히는 사회를 어찌 했으면 좋으랴. 증오에 앞서 슬픔이 먼저 묻어 일어나는 사회….
밧줄을 감을 자리가 있었더냐
아가의 빼빼 마른 몸에
수갑이 채워지더냐
거미발같이 가느다란 두 손목에
열한 살이라고는 하지만
너의 키는 일곱 살에 머물러 있었고
너의 몸은 살이 없어
삭정이처럼 바삭이 말라있었다
한줌같은 너의 작은 몸을
구렁이같은 밧줄로 휘감고
총탄을 박아넣은 원수들아
그 자들은 네가
살인을 했다고만 믿는다
그 자들은 모른다
굶어 죽어가는 자의 정신이
과연 어떤지
네가 왜 그 짓을 했는지
그 자들은 먼저 굶어죽은
너의 부모동생 생각해본 적 없다
배고픔에 시달려 11년을 살아온
너의 분노 헤아려 본 적 없다
고작 11년을 살아오는 동안
가난이 고문한 혹독한 굶주림
그것의 몸부림 때문에 더는 더는 달랠 길이 없어
끝내 너의 뇌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천삼백만을 세워놓고 총소리 낸 자들아
총알이 꿰뚫은 아이의 시체를 봤느냐
아이가 쓰러진 자리에는
한 점의 살점도 튕겨나지 못했다
삭정이 같이 바삭한 몸에
피가 있었을소냐
말라버린 가슴에 눈물이 있엇을소냐
그 애 눈에는
닦아줄 한 방울의 눈물조차 없었다
그 애를 위해
울어줄 가족조차 없었다
한 줌의 마른 삭정이처럼
그냥 부서져버린 아가야
이렇게밖에 살지 못할 명(命)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한(恨)이라도 남기지 않을 걸
너의 죄는 그 땅에 태어난 죄다
출처 조갑제 닷컴 / 김수진(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