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이 최근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교육 교부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학생 수 감소와
노령 인구 증가, 고등교육 투자 필요성을 감안해 교육 교부금 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에 소요되는 돈을 각 지자체 교육청에 나눠주는 예산을 말한다.
2015년 교육 예산은 53조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문제 되고 있는 것은 교육 교부금이다. 교육 교부금은 국세(國稅)의 20.27%를 강제 배정하도록 돼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규정에 따라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 22조원이었던 것이 내년 42조원이 되고 2020년엔 59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초·중·고교 학생 숫자는 2000년 795만명에서 올해 629만명까지 줄었고 2020년엔 다시 545만명이 된다.
20년 사이 3분의 1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 교부금은 자동적으로 늘려 오다 보니 해마다 교육 교부금 중에서 예산을 쓰지 못해 남는
불용액(不用額)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러자 교육부와 지자체 교육청들은 교육 교부금을 이용해서 무리하게 새 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2012년엔 만 3~5세 영·유아에게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누리과정에는 작년
2조6000억원이 들어갔던 것이 2017년 5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방과 후 학교 사업 예산도 작년 9000억원에서 2017년
1조3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고졸자가 계속 줄어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데도 교육부의 대학 지원 예산 역시 끝없이 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 대학 등 고등교육 지원 예산은 10조5341억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22%가 증가하게 편성돼 있다. 대학 지원 예산이
늘면서 진작 퇴출됐어야 할 부실(不實) 대학들이 계속 연명(延命)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6.3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21.2명보다 많다. 1980년대 이전에 지은 학교 건물이 21%나 된다. 교육 분야 지출은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학생
수가 줄었다고 예산을 갑자기 싹둑 잘라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 투입이 계속 늘면서 정부는
국채(國債)를 팔아 재정을 감당하고 있다. 각 부처가 매년 예산의 몇 %는 내 몫이라는 식의 이기주의적 발상을 갖고 예산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가 재정은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해가야 한다. 부처의 이기주의를 누르고 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예산이 돌아가도록 최적(最適)의 예산 배분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부와 국회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