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운영사(社)인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13일 "수사기관의 감청(監聽)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 (그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외국 서비스로 대거
옮겨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亡命)' 소동이 일자 대화 내용의 서버 저장 기간을 5~7일에서 2~3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사용자
이탈이 계속되자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요구하는 정보까지 넘겨줄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애초 사이버 검열 논란을 일으킨 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직후 전담팀을 만들어 "사이버 명예훼손을 실시간(實時間)
감시하고 상시 단속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무턱대고 엄포부터 놓는 바람에 인터넷·SNS 이용자들 사이에 혼란이 증폭됐다. 검찰총장은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카카오톡 2600만명을 포함해 하루 평균 3000만명에 달한다. 카톡 등 문자
메신저에선 사용자들이 극히 개인적인 시시콜콜한 사연까지 주고받는다. 이걸 수사기관이 사찰이라도 할 것처럼 비쳤으니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제한적으로 범위를 정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메신저를 들여다보겠다는 걸 명확히 설명해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다음카카오 측의 부적절한 대응 탓도 크다. 회사 주요 주주인 이재웅씨는 영장 집행 문제와 관련해 이달
초 SNS에 "국가 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기업을 탓하다니요. 그러려면 이민 가셔야죠"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사 변호사는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 자기 집에 영장 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대응을 본 메신저
이용자들이 얼마나 기분이 상했을지 짐작이 간다.
다음카카오는 그래 놓고선 사태가 심각해지자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가 공권력과
맞서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마치 자기들이 공권력에 의해 핍박받는 투사(鬪士)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려는 듯하다. IT 대표 기업이 법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법이 얼마나 무시와 모욕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를 실감케 된다.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정보통신 대기업들은 서비스 이용자 숫자를 늘리는 데나 신경을 썼지 명예훼손·사생활 침해를 미리 막거나 피해를 사후(事後) 구제하는 문제는
방치하다시피 해온 책임도 있다.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은 새로운 통신 기술에 대해 수사기관의 접근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졌다. 1대1의 관계로 소통되는 전화나 이메일과 달리 카카오톡이나 밴드 같은 메신저
방식의 통신은 한꺼번에 수십~수천 명이 연결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이 포괄적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뒤지려 들면 범죄 혐의와 관계없는 숱한 사람들의
사생활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회가 수사기관, 통신업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없애면서 적법한
범죄 수사가 가능하도록 메신저 통신에 대한 법률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