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이런 국정감사를 언제까지 계속하고,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가. 오는 27일 종료되는 올 국감 역시 구태·호통·맹탕이라는 지적이 부족할 지경으로 한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년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된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올 국감은 5개월여 ‘식물국회’에다, 국회의원 스스로 도입한 분리국감 실시 첫해임에도 그것이 무산됨으로써 부실(不實)이 우려됐었다. 국회의원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것을 벌충하기 위해 밤낮으로 준비해 조금이라도 내실있는 국감을 국민에게 보여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의 사례들만 보더라도 요지경이다. 환노위는 지난 17일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현장 방문하기로 해 놓고 달랑 의원 3명만 참석했다. 그 일정 자체도 문제지만, 국감 일환으로 잡아놓고 가지 않은 것은 정부 기관, 나아가 국민을 농락하는 행태다. 정무위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유통 기업 대표와 소셜 커머스 업체 관계자 등을 출석시켰다. 이들이 4시간여 기다린 끝에 한 답변 시간은 모두 합쳐 1분도 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의원들의 지적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인들을 계속 붙잡아 두었다. 저질 정치를 억지로 지켜보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외통위 의원들은 주중 대사관 국감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 단체로 뮤지컬을 관람했다. 정무위의 경우, 해외 주재원이 2∼3명인 공관을 의원 23명이 방문했다. 국감인지 외유인지 상식 있는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벌이는 온갖 추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의원들끼리 고성을 주고받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여전했다. 안보, 경제, 안전, 관피아, 사이버 검열 등 국가적 현안들에 대해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알 수 없다. 정부 보고서를 되풀이 읽으며 호통치는 것이 가장 흔한 모습이다. 국감 무용론(無用論)이 커지는 이유다. 여야가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입으로만 외치지 말고 이런 국감을 혁신할 대책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출처 문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