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이 美國人 억류자 1명을 석방하자, 美國은 核실험 더 안하면
된다는 조건 같지 않은 조건으로(사실상 무조건附) 6자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北韓에 제안했다. 그동안 北韓에 대해 비핵화(核
불능화)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액션을, 전제조건으로 강력 요구해
오던 美國이 대폭 물러서는 분위기다.
核실험만 더 안하면 된다는 式의 조건은, 달리 말해, 지금까지
北韓이 만들어 놓은 核(탄두)은 기득권으로서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인정해 줄 수도 있다는) 쪽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당연히 韓國에게는 대형악재가 된다.
美國이, 이렇게 사실상 무조건附 6자회담을 北韓에 제안하게
된 배경이, 이번 억류자 1명 석방에 따른 대가性인지, 남은
2명의 추가 석방을 北韓으로부터 사전 약속 받고 제안하게 된
것인지 등은 현재로서 확실치 않은 상태다. 또한, 韓國 당국이
이같은 美北간의 움직임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도
확실치 않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실상 무조건附인 이번 6자
회담 제안에 대해 韓國은 사전에 전혀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韓國이 막후 주도하여 美國과의
물밑 작업 끝에 이것이 나오게 된 것인지 등은 분명치 않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발생경위가 어느 경우에 해당되더라도
지금 같은 사실상 무조건附 6자회담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에 이번 美國의 제안에 韓國이 뒤에서
적극 역할(주선)한 경우라면, '결과'(무조건附 6자회담 제안)를
떠나, '절차'(한국이 사실상 '무조건附'를 기안?) 측면에서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현재로서 확실해 보이는 것은, 美國人 억류자 문제로 피곤한
美國 당국이 6자회담과 연계해 이번에 北韓과 모종의
딜(Deal)을 한 것이라는 표면적 정황이다. 그리고 여기에,
韓國이 관여했느냐의 여부와 만약 했다면 어떤 형태로 했느냐
하는 것에 따라 경우의 수는 많아진다. 특히, 北韓 지도부가
아시안 게임 때 인천에 온 것과, 얼마 전 '김무성-시진핑' 간
대화 때 6자회담이 언급된 것, 그리고 짝사랑으로 보일 정도로
평소 韓國이 北韓에 집착하는 것 등의 요소들을 더 감안하면
추정(추리)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다 떠나, 만약 北韓이 이번 美國의 (사실상 모조건附) 6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고, 韓國이 여기에 응하면, 안보측면에서 韓國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개최되는 6자회담의 성격이라는 것은,
北韓내 완전한 核폐기(불능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核 확산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밖에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핵 확산을 막는다'는 말은 일견 좋게 들리지만,
이 말은 곧 '核 동결'과 동의어다. 즉, 이미 만들어 놓은
核 탄두 등은 모르는 척해 줄 테니(기득권으로 인정해 줄테니)
더 이상 늘리지만 말라는 것이다. 아울러, 하는 것 봐 가며
제재 같은 것도 풀어준다는 식으로 분위기는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회담은, '정기적 核 사찰을 열심히 받는다'는
식의 아무 실효도 없는 '방지책' 등이 몇 개 나오고 그냥 끝날
확률이 높다. 北韓 입장에서 보면, 核은 核대로 다 유지하면서
온갖 제재도 다 해제받을 가능성이 큰 '초대형 호재'가 되는
셈이다.
나아가, 평화 무드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6자회담 자리에서,
만의 하나라도 美北간 (쌍방 核 동결附 = 현수준 유지 조건附)
평화조약 같은 것이라도 시도가 된다면, 大韓民國의 안보는
그 자리에서 즉각 반쯤 망가지는 셈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게
된다. 불과 1년 전에 美國이 北韓에게 (비핵화 조건附) 美北
평화조약 체결을 제안한 전력을 고려하면, 이같은 초대형
악재가 없으리라고 장담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결국, 이러한 식의 6자회담은 韓國에게 있어, 조만간 <北韓
大勝, 韓國大敗>의 결과만 안겨주게 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확률이 매우 크다. 정부는 발생 가능한 모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 안보에 한점의 불리함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최소한 지금
같은 식의 사실상 무조건附 회담은 바람직하지 않다. 美國側과
긴밀하게 공조하여 기존의 '엄격한 조건附'(核완전 폐기)를
계속 관철해 나가야 한다. 대화하는 데만 급급해 국가안보를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