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우리 측에 전통문을 보내 "25일 (남측) 보수 단체들의 주간(晝間) 전단 살포 계획은 무산됐으나 저녁에 전단 살포를 강행하도록
남측 당국이 방임했다"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27일엔 노동신문을
통해 "만일 남측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언행들이 계속된다면 겨우 열린 북남 관계의 오솔길마저도 끊길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
보수 단체는 당초 25일 임진각에서 전단 10만장을 날리려다 실패하고 김포 야산에서 전단 2만장이 실린 풍선 1개만 띄웠다. 지역 주민과 좌파
단체들의 저지가 1차 원인이지만 경찰이 양측 충돌 방지를 명분으로 적극 개입했던 것도 한 요인이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4일 "전단
살포는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면서도 사실상 북측 요구를
받아들여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북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북은 우리 정부가 전단 보내기를 '방임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고위급 접촉 무산' 협박까지 한 것이다.
김정은의 최측근 실세 세 명이 한꺼번에 인천을 찾아와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10월
말~11월 초에 하겠다"고 밝힌 게 20여일 전이다. 그랬던 북이 우리 측이 '30일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가타부타 답은
주지 않은 채 '전단을 막아주면 고위급 접촉을 선물로 주겠다'는 식의 선전전(宣傳戰)만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대북 전단을 막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진지한 남북 대화는 안중에도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이 처해 있는 경제적·외교적 어려움을 생각하면 지금 남북 관계 개선이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북이다. 그런데도 북은 마치 우리가 대화를 애걸하고 자신들이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우리 안의
일부 세력은 그런 북한의 뒤를 쫓아다니며 곳곳에서 남남(南南) 갈등의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북이 이런 남쪽의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