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에 대한 감청(監聽)영장 집행에 불응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다음카카오가 이번엔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에 대한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과 국정원은 지난 6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협조를 요청했으나 다음카카오 측은 '내부 논의
중'이라며 12일까지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사이버 검열 논란 이후 카카오톡 감청영장 10여건의 집행을
거부해왔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감청을 거부하면서 "과거의 대화 내용을 일정 기간 모았다가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은 사실상 압수
수색에 해당하므로 감청영장을 편법으로 집행하는 셈"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번 이메일 감청은 그런 법률적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엔 기업들이 수사기관의 감청 요청에 협조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다음카카오가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법 집행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코스닥 1위인 대표적 인터넷 기업이다. 다음카카오가 국내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안정성(安定性)을 바탕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다. 적성(敵性) 세력이 다음카카오를 해킹해 시스템을 붕괴시키려 할
때 그걸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이고, 수사기관들이다. 국가의 보호 아래 돈을 벌면서 국가가 범법자를 색출하는 것을 훼방이나 놓는
기업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지켜줄 필요가 없다.
지난해 이뤄진 SNS나 이메일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 161건은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살인·성폭행·납치 같은 흉악 범죄가 대상이다. 범죄자의 통신 내역을 감청하다 보면 새로운 범죄 발생을 방지할 수도 있고 도주
범죄자를 검거할 수도 있다. 구글·페이스북·야후 같은 미국 IT 기업들도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의
서비스 이용자 사생활에 대한 보호 의식이 다음카카오보다 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오가는 데이터는 워낙 방대해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의미 있는 증거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은 업체가 감청에 필요한 기술·설비를 갖춰
범죄 혐의자의 데이터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때는 무거운 벌금을 물리고 있다. 유럽에선 법원이 업체를 상대로 데이터
보전과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협조 의무만 규정해놨지 어길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서둘러 법규를
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