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 논설실장
누구든 실수를 한다.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 나라도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잘못을 빨리 깨닫고,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수업료를 얼마나 지불하느냐, 얼마만큼의 교훈을 얻느냐에 흥망(興亡)이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이런 과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가 남유럽의 PIGS 국가나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다. 이런 역사의 법칙에 비춰볼 때 한국은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이은 선진복지사회 진입을 앞두고 많은 실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2012년은 상징적인 해였다.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최악의 포퓰리즘 바람이 불었다. 무상급식은 기본이고,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 심지어 무상주거 얘기까지 나왔다. 복지가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처럼 ‘공짜’ 경쟁이 벌어졌고, 국민은 환호했다. 모든 사람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었다. 경쟁 없이 경쟁력이 불가능한데도 경쟁은 악으로 매도됐다. 세금을 많이 내는 개인과 기업은 탐욕의 주범인 양 죄인 취급을 받았다. 모든 것은 사회 탓, 국가 책임이라는 의존병(病)이 번졌다. 반대로 성장과 안보는 뒷전이었다. 세수 감소와 재정건전성 악화가 뻔한데 모두가 외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민주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 난무했다. 종북(從北)세력은 무더기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제1야당은 그 숙주 노릇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국민은 뭔가 잘못됐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복지 천국’은 신기루였고, 누군가 대신 흘린 피땀의 대가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 온 울산시,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한 울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증세를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를 하자는 주장보다 적절한 세 부담과 선별적 복지 여론이 앞섰다. 종북 반대도 분명해졌다. 통합진보당 문제를 다루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변론을 본 시민들은 해산시켜야 한다는 댓글을 압도적으로 많이 올렸다. 종북이 국회 본회의장을 넘어 정권의 일각까지 차지할 뻔했던 2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국민은 2년 전의 실수에서 배우기 시작하는데, 정치권은 여전하다. 내년 예산 편성을 놓고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교육청까지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올해는 세수 진도가 지난해보다도 더 낮아 세수 결함 역시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내년 예산 자체가 33조 원 적자 편성인데도 복지 예산을 더 늘리자고 한다. 법인세를 올리고, 정규직 과(過)보호 개선에는 반대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라고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이런 식이면 고용을 오히려 줄여야 할 형편이다. 차라리 일본처럼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하는 게 정직하다. 세율을 올린다고 그만큼 세금이 늘어난다면 재정 적자를 내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소득세율을 올리면 소비가 줄고,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세수는 거꾸로 줄 수도 있다.
유일한 해법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과 60여 년 전 최빈국이던 한국은 1977년에 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중진국 반열에 올랐고, 그 뒤 30여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왔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쌓아올린 토대가 무너지는 데는 10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참고한 기간이고,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과 마주하고 있는 데다 뚜렷한 천연자원도 없는 한국의 경우는 훨씬 단축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정치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하고,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공든 탑을 마구 무너뜨리려 한다. 삼성·한화그룹의 자발적 빅딜처럼 민간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키지 않으면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실수를 한다.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 나라도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잘못을 빨리 깨닫고,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수업료를 얼마나 지불하느냐, 얼마만큼의 교훈을 얻느냐에 흥망(興亡)이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이런 과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가 남유럽의 PIGS 국가나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다. 이런 역사의 법칙에 비춰볼 때 한국은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이은 선진복지사회 진입을 앞두고 많은 실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2012년은 상징적인 해였다.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최악의 포퓰리즘 바람이 불었다. 무상급식은 기본이고,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 심지어 무상주거 얘기까지 나왔다. 복지가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처럼 ‘공짜’ 경쟁이 벌어졌고, 국민은 환호했다. 모든 사람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었다. 경쟁 없이 경쟁력이 불가능한데도 경쟁은 악으로 매도됐다. 세금을 많이 내는 개인과 기업은 탐욕의 주범인 양 죄인 취급을 받았다. 모든 것은 사회 탓, 국가 책임이라는 의존병(病)이 번졌다. 반대로 성장과 안보는 뒷전이었다. 세수 감소와 재정건전성 악화가 뻔한데 모두가 외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민주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 난무했다. 종북(從北)세력은 무더기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제1야당은 그 숙주 노릇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국민은 뭔가 잘못됐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복지 천국’은 신기루였고, 누군가 대신 흘린 피땀의 대가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 온 울산시,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한 울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증세를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를 하자는 주장보다 적절한 세 부담과 선별적 복지 여론이 앞섰다. 종북 반대도 분명해졌다. 통합진보당 문제를 다루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변론을 본 시민들은 해산시켜야 한다는 댓글을 압도적으로 많이 올렸다. 종북이 국회 본회의장을 넘어 정권의 일각까지 차지할 뻔했던 2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국민은 2년 전의 실수에서 배우기 시작하는데, 정치권은 여전하다. 내년 예산 편성을 놓고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교육청까지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올해는 세수 진도가 지난해보다도 더 낮아 세수 결함 역시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내년 예산 자체가 33조 원 적자 편성인데도 복지 예산을 더 늘리자고 한다. 법인세를 올리고, 정규직 과(過)보호 개선에는 반대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라고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이런 식이면 고용을 오히려 줄여야 할 형편이다. 차라리 일본처럼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하는 게 정직하다. 세율을 올린다고 그만큼 세금이 늘어난다면 재정 적자를 내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소득세율을 올리면 소비가 줄고,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세수는 거꾸로 줄 수도 있다.
유일한 해법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과 60여 년 전 최빈국이던 한국은 1977년에 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중진국 반열에 올랐고, 그 뒤 30여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왔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쌓아올린 토대가 무너지는 데는 10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참고한 기간이고,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과 마주하고 있는 데다 뚜렷한 천연자원도 없는 한국의 경우는 훨씬 단축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정치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하고,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공든 탑을 마구 무너뜨리려 한다. 삼성·한화그룹의 자발적 빅딜처럼 민간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키지 않으면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